올 해 프로야구 외국인선수들이 지난 98년 용병제도입 이후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매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던 용병선수들이 올해에는 보류선수(내년 시즌 재계약 대상) 명단에 대거 포함되면서 내년 시즌에도 뛸가능성이 높아진 것.
 
8개 구단 가운데 롯데가 재계약 대상 용병이 한명도 없고 SK가 1명일 뿐 나머지 구단은 모두 기존 용병 2명을 활용키로 해 내년 시즌 전체 용병(16명)의 13명이 올시즌 뛰었던 선수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시즌 후 전체 용병(24명)의 3분의 1인 8명만이 재계약에 성공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특히 내년 시즌에는 용병 보유한도가 종전 `3명 보유, 2명 출전'에서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축소돼 용병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음에도 이들은 재계약의 행운을 얻어 `코리안드림'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높아진 용병 재활용률은 올 해 그들이 펼친 불꽃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을 비롯해 LG, 기아, 현대 등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던 4개 팀과 아깝게 4강 탈락한 두산이 모두 기존 용병들을 잔류시킨 것만 보더라도 올해 이들의 맹활약상을 짐작케 한다.
 
삼성의 21년 묵은 한국시리즈 우승 한을 푸는데 한 몫한 에이스 투수 나르시소엘비라와 메이저리그급 수비와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겸비한 유격수 틸슨 브리 또는 구단의 러브콜을 받아 재계약의 행운을 누렸다.
 
엘비라는 정규리그 13승을 거둔 뒤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로 나서 8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이끌었고 브리또도 정규시즌 25홈런 등 타율 0.283과 90타점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64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것.
 
간신히 4강 티켓을 얻은 뒤 한국시리즈에까지 올라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괴력을 발휘했던 LG 투·타의 용병 `쌍두마차' 라벨로 만자니오와 매니 마르티네스 역시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또 페넌트레이스 초반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기아 돌풍을 주도했던 `원투펀치' 마크 키퍼, 대니엘 리오스와 정규시즌 3위로 마감한 현대의 투수 메르퀴 토레스, 슬러거 마이크 프랭클린도 팀의 재계약 통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밖에 게리 레스, 타이론 우즈(이상 두산)와 레닌 피코타, 제이 데이비스(이상 한화), 호세 페르난데스(SK)도 일단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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