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을 할 때이니까 1980년 후반쯤이다.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아이슬랜드와 영국이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 갔었던 적이 있다. 아이슬랜드라는 나라는 널리 알려진 대로 불과 얼음의 나라, 면적은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절반 정도에 인구 25만명의 실로 조그만 나라다. 이 나라가 막강 영국과 일전을 불사하고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던 것이다. 영국과 계속된 어로구역 분쟁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거였다. 결국은 미국과 당시 소련이 적극적으로 무마에 나서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날아갔고 영국이 물러서는 것으로 종결이 지어졌다. 아이슬랜드의 승리였다. 지금도 레이캬비크 교외에 가면 당시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가 회담했던 조그만 양옥집이 남아 있고 관광객에게 소개된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영국과 아이슬랜드 양국의 국력과 특히 군사력을 비교할 때 차라리 어이가 없는 사건이다.

세계를 둘러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나라들이 어떻게 주변의 강국들에 먹히지 않고 살아 남았을지 의아스러운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아직도 그런 강대국의 지배 하에서 스스로의 민족 자결권을 주장하며 독립을 쟁취하는 나라가 끊이지 않는다. 유럽의 한 중앙에 당당하게 살아남은 스위스와 중국과 (구)소련, 인도라는 엄청난 덩치들 속에 파묻히듯 둘러싸여서도 결코 먹히지 않는 나라들, 조막만하지만 육·해·공·군이 동남아 최강인 싱가포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싸워 이긴 동티모르... 그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들 생존의 비결과 공통점은 “`나'는 `나'이다”라는 철저한 자아인식이고 그 당당함의 표출이 아닐까 싶다. 자아를 부정하는 도전에 대한 철저한 응전, 바로 그것이 그들의 역사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대국 대사가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주재국의 영토를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을 해도 지켜보겠다고만 하는 정부, 상대국이 스스로의 영토를 저희 영토라고 선언하는 (조례 제정이라는) 법률적 행위를 해도 “법률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다”고나 편안하게 대응하는 정부, 과거에 내 몸뚱이를 발기발기 찢어 놓았던 상대가 `그때가 좋았던 줄 알라'는 정도의 망언을 계속해도 아무 대책이 없는 정부, 도대체 대한민국의 정부는 얼마나 고도의 외교적 사고와 천재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의 취임 선서에서 보듯이 대한민국 정부 존립의 첫 번째 임무는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와 국토의 보전에 있다. 그러함에도 상대국이 그들의 법률로 우리의 헌법을 침해하고 그에 비롯해 법률적으로 영토 침략을 감행함에도 지켜만 보는 정부라면 그러한 정부는 왜 필요한가. 누구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존립하는가.

대체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국제사법재판소인가. 도대체 영토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하는 무지와 무자아(無自我)의식도 문제려니와 당신들의 그러한 주뼛대는 모습이 오히려 국제적 여론을 악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경제인가. 일본이 한국 시장을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일본은 이제 아주 가까스로 오랜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는 참이다. 그리고 그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도 아니다. 동남아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 등 후발국들의 도전에 숨 가쁘게 밀리고 있고, 그로 인해 위기의식에 빠져있는 상태가 아닌가. 일본 경제계 내부에서마저 한계상황론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에 일본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한국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전쟁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제발 당당하라. 당신들의 개인적인 식견이 어떠하더라도 한 민족과 한 국가의 존립에 관해서는 오로지 당신들의 법률적 의무에 충실해 달라. 설사 우리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다 할지라도 그들은 정경분리를 내세워 정치적 타협과 경제교류를 분리하자고 천연덕스럽게 나올 족속들이 아닌가.

당장 망언을 한 대사를 추방하고, 모든 일본과의 과거 협상 재검토를 선언하며, 당신들이 해병대를 보내 독도를 지킬 수 없다면 독도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모두 분양하라. 국민들이 스스로의 목숨으로라도 스스로의 터전을 지킬 기본권이라도 보장하라. 그대들을 부양하는 그대들의 국민들이 당신들을 부인하기 전에.

하석용 유네스코 인천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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