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억의 대륙국가 인도는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니다. `빈곤한 경제를 풍부한 정신세계로 극복하며 살아가는' 낭만적인 국가도 더욱 아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IT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고속성장국가이다.

          

중국 경제특구 배운 인도

엄청난 잠재력을 바탕으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도 장래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강국이 인도라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해도 구구단을 두려워 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상당수 있지만 인도 어린이들은 19단을 줄줄 외우고 있다. 세계적인 수학강국 인도의 잠재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국민들은 영어구사에 큰 어려움이 없다. 국제사회에서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문·자연 분야의 기초가 모두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기초가 다져진 인도가 배운 것이 바로 중국 경제특구이다. 올 5월부터 전국 29개주에 전면 도입되는 중국식 경제특구에는 엄격한 인도 노동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등 획기적인 입법이 예정돼 있다.

인도가 배우고자 하는 중국은 어떤가.

지난 1978년 개방정책 발표와 1980년 8월 선전·주하이 두 도시에 최초로 경제특구를 지정한 이래 중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대만, 홍콩 등 화교자본 위주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중국정부의 강력한 개방정책과 천안문 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위기에도 불구, 미국 등 선진국의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어져 왔다. 1992년 지정된 푸동(浦東) 경제특구가 위치한 상하이는 세계 다국적기업의 백화점이라 할 만큼 외국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세계 500대 다국적기업 중 387개사가 활동하고 있고 연간 지역생산액이 우리나라 1년 예산액을 훨씬 초과한 180조 원 규모이다.

1997년 이후 동남아 각국이 외환위기에 이은 경제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중국은 1997~2000년까지 7.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GDP는 1조 달러를 넘었고 외국인직접투자(FDI)도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약진과 일본의 기술력에 긴장한 우리나라가 `호두깎기(nutcracker)속의 호두' 신세를 면하기 위해 추진중인 정책이 바로 경제자유구역사업이다.

2003년 8월 최초로 인천 3개 지역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이래 2년 가까이 관계 기관들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이 사업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와 인천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서울기능 분담' 우려가 팽배하던 종전 분위기와는 달리 인천이 실질적인 한국의 경제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경제·물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년이 준비와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추진동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영종·송도지구를 연계하는 제2연륙교가 오는 6월 착공되고 상반기 중 청라지구 사업승인(실시계획 승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토지공사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 병원투자 걸림돌도 제거되고 경제자유구역청의 재량권도 확대됐다. 청라·영종지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는 경제자유구역이 제2의 신도시화가 되지 않도록 외국인 지향(foreigner-oriented)의 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동택지를 선분양하는 기존의 개발행태를 지양하고 테마파크·금융단지 등 경제자유구역 고유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토지이용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유도(柔道) 강국 한국이 생존과 발전에 유도의 지혜를 보일 때다. 토공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정부·인천시, 그리고 인천 시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황경태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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