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구도는 1강2중의 이완된 구도에서 박빙의 양강 구도로의 재편과 동시에 새파랗게 날이 선 진검승부로 급변했다. 후보단일화의 여파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제 두 후보 진영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미지 전쟁으로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대선의 의미를 부패정권 연장이냐 차단이냐에 맞추고 민주당과 노 후보에 DJ의 계승자와 부패의 이미지를 겹쳐놓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이에 맞서 노 후보 진영은 낡은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수구의 범주로 몰아치겠다는 복안이다. 아무래도 흥분되고 격앙된 언사들이 선거판을 가득 메우게 될 조짐이 완연한 형국이다. 막판에 가서는 결국 편가르기식 지역구도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인 이번 대통령 선거. 3김 이후 새로운 정치구도를 하게 된다는 이번 대선이 이렇게 치러져서는 안된다. 속빈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서로 흠집내기에 불과한 비방전 만을 주고받는 그런 선거를 통해 국민의 가슴에 상처와 분열만 남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선후보들은 공식 대선전에 들어가면서 과거정치 행태와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 저마다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만큼 과거의 정치틀에 뿌리를 둔 공허한 구호공방은 이제 접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의 입과 구호가 아니라 그들의 실제 행동, 비전과 공약을 주시해야 한다. 더러운 선거전에서 새로운 정치는 결코 자라날 수 없는 일이다. 누가 더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전을 펼쳐나가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후보나 유권자나 모두 이번 선거가 한국정치의 변화 가능성을 시험하는 21세기 첫 대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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