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무영은 대중문화계의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영화 「본투킬」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공동경비구역 JSA」의 각본과 각색을 담당한 시나리오 작가면서도 MC, 리포터, 대중문화평론가 등 각 분야에서 재능을 과시해왔다.

12월 6일 개봉될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는 「휴머니스트」에 이은 이무영의 두번째 연출작. 감독 중심의 영화사를 표방한 에그필름(대표 지영준)의 창립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이무영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가 가득하다. 동성애 여성 커플과 동거하는 남편이라는 `발칙한' 설정을 가벼운 코믹 터치로 부담스럽지 않게 녹여냈다.

타이틀 화면은 2030년 달나라에서 시작된다. 주례 선생(김기현)이 하객(김승현)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신랑 부모 3명의 기구한 사연을 들려준다.

금숙(공효진)과 은희(조은지)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 태권도 선수인 금숙은 예쁜 용모 탓에 동네 양아치들에게 시달리는 은희의 `수호천사'로 나서며 우정을 넘어선 사랑을 쌓아나가지만 그 때문에 두 차례나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인기 코미디언 오두찬(최광일)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불치병으로 아이를 잃은 은지를 만나 결혼에 골인한다. 은지는 두찬의 인기 덕에 풍족한 생활을 하지만금숙이 출감하자 옛정을 잇지 못해 `불륜'에 빠진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불륜현장을 들킨 은지는 두찬의 강요에 따라 금숙과의 관계를 허락하고 아이까지 낳게한 뒤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이무영 감독은 도입 부분과 결말 부분에서 30년의 시차를 두고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동시에 중반에서는 과거(고교시절)와 현재를 오가는 이중적인 시간여행을 시도하고 있다. 신선한 발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재주를 부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화장실 유머'를 동원한 엽기적인 코드와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는 시니컬한 농담도 감독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대중의 정서를 지향하는 듯하면서도 바탕에는엘리트주의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조은지는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대로 자연스런 `푼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나 공효진은 갑작스런 다작 출연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고정적인 이미지를 답습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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