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계시는데 계속 서 있어야 돼요. 이쪽만 안보시면 되겠다"

영화 「4인용 식탁」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박신양은 CF에서 봤던 에너지 넘치고 자유로운 이미지 그대로였다. 그는 촬영 중간에 틈이 있을 때마다 매니저와 함께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즐기다가도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엑스트라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신경쓰고 있었다.

"원래는 무서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한동안 잠을 못 자게 무언가가 괴롭히는 거에요. 공포스럽기도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도 하고. 그래서 한번 출연해보자 했죠"

「4인용 식탁」은 95년 「유리」 이후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그가 처음 도전해보는 공포영화다. 주인공 정원역은 결혼을 앞두고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여자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 끊임없이 죽은 아이들의 환영에 시달리는 인물. "자책하고 불안해하며 추슬러서 잘 해보려 하지만 일은 점점 커져 가기만 하는" 역할이다.

귀신이나 혼령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기다렸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혼령을 믿어요. 물론 본 적은 없지만 보이는 것만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박신양은 영화 속 배역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디언 섬머」 에 출연할 때도 법원에 가서 실재 재판 과정을 한동안 모니터 했을 정도.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분열증적이면서도 동시에 신비주의에 빠져있는 것같은 정원역을 위해 그가 찾은 곳은 정신병원.

"우선은 정신분열증에 초점을 맞추고 병원을 찾았지만 솔직히 별도움은 못됐어요. 그보다는 신비주의 쪽으로 (배역 해석을) 시작하기로 했죠"

영화 속에서 정원은 정신분열과 신비주의를 오가지만 실제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신혼이다. "완벽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정원에 집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풀려 있어요. 끊임없이 배역에 대해 리마인드 하고 있죠."

극중 정원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우연히도 박신양은 최근 3~4년 동안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그의 신혼집도 "식탁, 소파, 침대, 선반 등 벽에 떨어져 바닥에 있는 것들"은 모두 직접 디자인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내년 초에는 논현동의 한 매장에 자신의 부스가 생긴다는 사실을 흥분된 목소리로 밝혔다.

영화촬영 때문에 미룬 신혼여행의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경쾌한 대답이 들려왔다.

"평생이 신혼여행이죠. 매일매일 신혼여행처럼 살 생각입니다. 매년 시간 내서 세계일주도 계속 다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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