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도청의혹과 관련된 고소·고발사건을 잇따라 떠안음에 따라 `도청의혹' 자체에 대한 수사착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울지검은 일단 민주당 김원기·이강래 의원이 29일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사건을 이미 참여연대의 국정원 고발사건을 맡고 있는 공안2부에 30일 중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도청의혹의 진위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만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우선 전화국 등의 통화기록을 입수, 도청자료에 기록된 대로 지난 3월 당사자간에 전화통화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기초조사는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사자간 전화통화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통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측 주장대로 `도청자료', 또는 민주당측 주장대로 `조작된 자료'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도청여부와 도청자료의 진위가 확인될 수 있을지는 검찰 내부에서도 자신없어 하는 눈치다.
 
우선 대선을 한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도청자료'와 관련된 김영일 사무총장 등 주요 정치인들을 소환조사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핵폭탄급' 정치적 파장을 몰고올 수도 있는 `국정원 도청설'로 인해 안정을 되찾아가던 검찰조직이 다시 흔들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검찰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검찰에 소환돼 고발인 조사를 받은 참여연대 관계자가 “검찰이 고발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작업을 하면서 수사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수사의지가 별로없어 보였다”고 전한 대목은 검찰의 고충을 짐작케 해준다.
 
결국 `국정원 도청설'은 검찰이 수사에는 들어가지만 대선정국과 맞물려 흐지부지되거나 정치적으로 해결될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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