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일 시작되는 TV토론회를 통해 젊고 힘있고 따뜻한 이미지를 구축, 기존 지지자들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젊은층 등 취약층의 지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민노당 권영길 후보에 비해 다양한 국정운영 경험과 경륜을 차별화하면서 토론회 참석 후보 가운데 맏형같은 입장에서 토론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만큼 TV토론회를 통해서는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하는데 집중키로 했다. 인생역정의 아픈 기억 등을 소개하면서 소외층과의 공감대도 넓힌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실정과 정책실패, 노무현 후보의 문제점 등은 강력하게 비판할 것이라는 게 준비팀의 전언이다. 토론 목적이 후보검증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에 대한 주된 공격은 잦은 `말바꾸기와 급진성'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핵 문제 등을 포함한 대북문제에서의 잦은 말바꾸기, 논리적 기반이나 근거없이 불안하고 급진적인 언행을 해 온 점 등이 공격 포인트”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토론회를 통해 이 후보의 중도개혁성과 개방성, 국제감각 등을 자연스레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개혁 공약을 재차 확인한 뒤 국회 다수당의 후보가 개혁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는 물리적 나이가 아니고 누가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의 뜻을 모아 새시대를 이끌 수 있느냐는 논리로 대응하고 `낡은 정치' 주장은 민주당내 개혁파는 개혁역량이 없음이 입증됐다고 반박할 계획이다. 물론 결론은 `노무현=DJ정권 계승자=DJ 아류정권“으로 집약된다.
 
토론회 준비는 미디어대책위원회(위원장 신경식)가 관장한다. 토론내용은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토론 방식과 운영절차 등은 양휘부 공보특보가 실무책임을 맡고 있다.
 
코디네이터까지 포함해 20명 가량이 TV 토론회 대책에 매달리고 있으며, 이 후보도 2일 오후부터 3일까지는 공식 일정 없이 토론회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노무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TV 합동토론에서 90%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유세일정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토론준비에 할애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정치개혁 및 재벌개혁 과제, 서민중산층 공약, 복지정책 등을 비교 점검하면서 정책자문단 교수 및 미디어팀 관계자들과 각론 토론을 벌이고 화법과 제스처 등 토론기법도 보완하고 있다.
 
특히 최근 TV토론 준비를 의식, 새벽 시장방문을 취소하는 등 일정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그동안 덧씌워진 `불안하고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털고 `안정감있는 신뢰의 국가지도자상'을 각인시키기 위한 기회로 토론회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특히 지난달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 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공세에 `넉넉한 웃음'으로 대응했던 `큰형님 컨셉'이 호평을 받았다고 보고 이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대립각'은 세우되 `싸움닭'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경계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본부내에 꾸려진 미디어기획단, TV토론대책단, 후보방송준비단 등을 상시 가동함으로써 현재 유세 메시지로 계속 반복하고 있는 기본구도를 토론에서 적극 부각시켜 나갈 방침이다.
 
기본 구도는 `낡은 3김식, 이회창식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로의 교체'이자 `부패후보 청산론', `50대 젊은 대통령-세대교체론' 등으로 요약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토론 참여에 대해선 유, 불리에 대한 전망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체로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히려 권 후보와 민노당의 공약인 부유세 신설 등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노 후보의 `급진' 이미지를 불식하면서 합리적 개혁노선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권 후보의 현정부 실정에 대한 공격이 이 후보의 공세와 `묘한'하모니를 이뤄 노 후보에게 집중될 경우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인 `노무현=DJ 정권후계자', `부패정권 심판론'의 덫에 걸릴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 후보는 `걸어온 길'을 내세워 동서통합 등에 대한 정치철학, 의지를 강조하며 “두번 생각하면 노무현”이라는 화두를 제시, `선택'을 기대한다는 복안이다.

◇권영길=양강 후보에 비해 자금과 인지도에서 취약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세차례의 TV 합동토론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아래 논리개발 등 5개팀의 전담조직을 가동, 총력준비에 들어갔다.
 
이상현 미디어대책위원장은 “`빅3' 합동토론에 당당히 포함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민생과 동떨어진 개헌논의와 마구잡이 폭로전에 나선 이·노 후보를 공박하고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를 심겠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특히 TV 토론의 성패가 100만표 획득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희망의 지도자 권영길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송광고를 3일 첫 합동토론을 전후해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무상의료 5개년 계획과 부유세 신설, 근로자파견법 폐지 등 민생공약을 가다듬고 이·노 후보 공약의 잘못을 지적하는 논리도 개발하고 있다.
 
민노당은 3일의 정치·외교·통일분야 토론회에 최대 비중을 두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합동토론 도상훈련에 들어갔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참모진들이 각각 이·노 후보의 역할을 맡아 토론회 리허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수구적인 이회창 후보 비판에 비중을 두면서 노무현 후보도 보수주의자로 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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