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 예년같지 않은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FA 시행 4년째인 한국은 `FA 몸값 거품론'으로 급격하게 얼어 붙었고 미국은 연봉총액을 줄이려는 구단들의 긴축 분위기 탓에 소문만 무성할 뿐 거액 베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이중 공시 후 1주일이 넘은 한국의 FA 시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올 해 FA자격을 얻은 15명 중 박경완(현대), 안경현(두산), 박정태, 강상수(이상 롯데) 등 4명이 시장에 나왔지만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이 제 자리 걸음이다.
 
FA 최대어 박경완은 `4년간 30억원 또는 7년간 40억원 이상'을 제시했지만 현대는 잡고 싶은 최고의 포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엄청난 액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박경완은 오는 9일까지로 예정된 우선협상이 결렬되면 연습생 시절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조범현 감독이 사령탑으로 취임한 SK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SK 역시 지난해 최고액(4년간 23억2천만원)을 기록했던 양준혁(삼성) 등 역대 FA들이 부진했던 점을 들어 거액의 몸값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천후 내야수 안경현과 롯데 듀오 박정태, 강상수의 진로도 불투명하다.
 
두산이 제시한 4년간 총 15억원을 거절하고 FA를 선언했던 안경현은 여전히 액수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4년간 18억원과 3년간 7억5천만원을 각각 제시한 박정태와 강상수도 롯데가 냉담한 반응을 보여 난감해 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FA 시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FA 157명 중 최대어인 짐 토미(클리블랜드)를 비롯해 에이스급 투수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톰 글래빈, 그렉 매덕스(이상 애틀랜타) 등 구단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월척들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내년 시즌부터 팀 전체연봉이 1억1천700만달러가 넘는 구단은 초과분의 17.5%를 `사치세'로 물어야 하는 만큼 연봉총액 줄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2004년 새 구장 오픈을 앞두고 빅스타 영입에 팔을 걷어붙인 필라델피아가 토미와 글래빈에게 각각 6년간 8천700만달러와 3년간 3천만달러를 제안하며 냉랭한 F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제시된 토미의 연봉액(1천450만달러)은 매니 라미레스(보스턴·2천만달러)나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1천890만달러)에 비해 떨어지고 2차례 사이 영상을 받은 글래빈(예상연봉 1천만달러)도 지난해 텍사스로 옮긴 박찬호(1천400만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얼어붙은 올 해 FA 시장을 대변한다.
 
이밖에 메이저리그 최다인 사이영상 6회 수상에 빛나는 클레멘스는 올 해 20승을 거둔 바톨로 콜론(몬트리올)의 영입설에 시달리고 있고 제프 켄트(샌프란시스코)와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도 보따리를 풀지 않는 구단들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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