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의 숲

이치에 맞지 않은 생각이 많은 사람의 머리 속에 돌처럼 굳어 있는 것이 미신이다.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미신을 유포·강화해 드디어 큰 숲이 된다. 독소가 계속 뿜어 나오니 세상이 마비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 나는 우리 시대 미신의 숲에서 제일 큰 나무가 국가보안법이라고 생각한다.

민주공화국

헌법을 한 마디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가보안법은 언론의 자유, 학문 예술의 자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인권 전체를 침해하고 나라의 근본이념,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법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이름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있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6·25전쟁이나 지금까지 북한이 하는 것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 그러나 나라를 지켜 주는 것은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이고 그 무엇보다도 국민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한 조각의 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력은 북한보다 몇 배나 강하다. 공산주의 독재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다 망했거나 변했다. 이제 우리가 자신 있게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것이 제일 급하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만 바꾸면 따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 방해물만 되는 법을 먼저 폐지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설수 있다. 개발 독재로는 국민소득 1만 달러가 한계이다. 그 이상 되려면 온 국민이 합심해 함께 가야 한다. 경제대국, 잘 사는 나라치고 민주주의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필자는 국가보안법은 민주도, 경제도, 통일도, 죽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생각하면 한 가닥의 경제 활로도 열 수 있고 크게는 민족의 살 길도 보이는데 북한을 원수로 삼는 법률을 가지고서야 어떻게 교류·협력하고 동업을 할 수 있겠는가.

역사 왜곡과 독도 문제로 일본이 우리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활력만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일본보다 민주정치를 더 잘하고 있는데 식민지 시대의 치안유지법보다 더 나쁜 법을 없애면 우리가 훨씬 더 당당해 질 수 있을 것이다.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중국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가 수월할 것이다.최근 다방면에서 우리의 국위가 많이 올라가고있는 이때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했다고 하면 세계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특별형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법이라는 것은 원래 간단하고 적을수록 좋은 것인데 현대사회에서 그럴 수 만은 없다. 일시적인 정책이나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시적인 처벌법규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국가의 안위에 관련된 것은 형법에 규정하는 것이 옳다. 우리 형법에 이미 내란죄, 외환죄, 간첩죄, 소요와 폭동죄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따로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꼭 필요한 것은 형법에 추가 보완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6·25전쟁 때 너무 급해서 국가보안법을 따로 만들었는데 당시에도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 국회의원들이 독재 악법이 되지 않을까 염려를 많이 했다. 전쟁부터 치르고 보자는 식으로 한시법으로 양해하고 통과시킨 것이다.

또 옛날식으로 표현해 국사범을 다루는 법은 그 수사와 재판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되고 여론의 감시와 비판속에 엄정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이 점도 국가보안법을 특별형법으로 따로 두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근본에 관한 문제인 만큼 여야를 초월해야 한다. 현행법 일부 수정이니 대체입법 운운할 것이 아니라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을 하루 속히 폐지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이 있으면 형법에 추가 보완하고 국민의 여론도 반드시 올바른 쪽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맺는 말

국가보안법은 무서운 법이지만 과거와 같은 해독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독버섯이 가득한 숲에서 계속 나올 것이 무엇일까. 랑이를 엉성한 우리에 가두어 시장바닥에 두면 무서움을 느끼는 이치와 같다. 타개한 구상 시인은 생전에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라고 읊었다.

법무법인 유일 대표 변호사 이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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