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조상들은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넘기면서도 가문이 번창하려면 자식이 많아야한다며, 각자 제먹을 복은 타고 난다고 해 자식 많이두기를 당연한 일로 여겼다. 대가족의 필요성은 농경사회의 주요 생산수단의 필요성에 기인하기도 했겠지만 유교사회의 덕목 등과 어우러져 가문을 번성시키려는 욕구가 더 컷을 것이다.

필자의 집안 또한 같은 나이 또래의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대가족을 구성했으며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사람 사는 법을 배우며 살아왔다.

여기에 남아선호사상이 겹쳐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공무원 자녀 교육비지원 혜택을 2명까지로 제한하는 등 정부에서 산아제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지가 불과 20여 년 전이었으나, 이제는 심각한 저출산현상으로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70년대 4.53명, 80년대 2.83명이었으나, 지난해 1.19명으로 급격히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이는 세계 평균 2.69명과 선진국 평균인 1.56명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2000년 7.2%에서 2010년 10.7%, 2050년 37.3%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수치가 말해주듯 저출산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출산의 원인, 즉 젊은 부부들이 아이낳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양육비 부담이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특기지도와 학원공부가 공교육보다 중요한 걸 당연시하는 현실에서 부부가 아이 1명을 더 낳기 위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132만 원이며, 이는 월평균 소득의 56.6%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망국적 병폐인 사교육비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또 초혼 및 출산연령 상승, 독신증가, 이혼급증,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출산율을 감안할 때 2050년에는 4천510만 명, 2070년 2천927만 명, 2100년 1천620만 명으로 줄어들어 `미니국가'로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경우 심각한 문제가 수반된다. 우선 내수가 축소되고, 수출 의존도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으며, 군사·외교적으로 국력이 약화된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한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2자녀 이상 가정에게는 국·도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 출산할 경우 일정기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 주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수도권 도시지역을 제외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학생이 없어 학교가 폐교되는 등 인구감소로 자치단체 존립마저 위협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1930년대부터 이미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고령화 대책을 국가적 과제로서 정부정책의 최고 의제로 삼아야하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젊은 부부들이 왜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지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야 하며, 우선해야 할 일은 맞벌이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경제적 부담 없이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라도 잘 갖춰야 할 것이다.

박영표 안양시의원(신촌동, 보사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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