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때 저지른 소위 교육개혁 조치에 대해, 지금 혼돈과 불안, 체념하는 분위기에서 황폐화된 교단을 직접 체감하는 교원들 외에는 잘못되었다고 반성하는 정치지도자나 일반국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일시에 교원정년을 3년씩 단축시켜 초등교사 부족 대란을 겪고 있는 취약해진 교단과, 학급당 학생수 35명 감축을 위한 학교 신·증축 본래의 취지를 외면한 올해 교원정원배정은 빈 교실을 남겨둔 채 도심에서는 학급 규모를 38~40명 이상으로 늘려 편성하게 되었으며, 시설지원 없는 중·고등학교의 학교 급식 확대정책 등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후유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때, 교육감과 교육위원 주민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으며, 정부 여당이 내놓은 개정안 중 시 도교육위원회의 시 도의회 통합의도가 문제되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현행선거제도는 초·중·고 각급학교에서 학교당 15명이내의 학교운영위원들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학연과 지연, 사업가들의 학운위 진출과 유착관계, 특정계층과 관권개입 등 비리와 부정을 차단하기 어려워 주민직선제의 타당성을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으나, 각 시·도 교육위의 시·도의회 통합의도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체제와 논리상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이는 마치 행정부는 있는데 국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시·도지사만 있고 시·도의회가 없는 형국과 흡사해 교육감은 있으나 교육위원회가 없으면, 각 시·도의회가 시·도지사의 일반행정과 교육감의 교육 학예에 관한 주요사항까지 심의 의결하게 되어 사실상 교육자치는 말살되는 결과를 낳게 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혁신 교육부문 담당팀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교육전문가라면 헌법31조4항(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이와같은 개정 법률안은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자치의 본질을 살려 휘청거리는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통합은 교육발전을 크게 저해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해야 하며, 현행 간접선거제도로 되어있는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을 주민 직선제로 바꿔 이중심의와 이중감사제도를 개선함으로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화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육자치가 일반자치에 통합되어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교육투자를 증대한다는 논리는 졸렬한 정책으로 설득력이 없으며, 지금까지 국가의 통치권자나 국회의원들이 IMF 상황 등 국가가 긴축 예산을 편성해야 할 때, 제1차 삭감대상으로 교육예산을 지목해왔기 때문에 GDP 대비 6% 확보라는 선거공약도 空約이 되어온 것이다. 교육예산의 삭감과 후순위로 밀려나는 이유는 그 후유증이 한참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삭감의 대상으로 교육투자 분야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인들이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에 교육자치가 예속된다면, 사실상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할 수 없게 되며,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또한 실종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 도교육청에 법정 전입금과 교육세를 주면서도 발언권을 갖지 못하며, 교육분야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지역주민의 교육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주민들의 복리를 위한 당연한 역할이 될 것이며, 교육 학예에 관한 직접 사무는 교육전문가인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에게 분담시키는 일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서로 협의하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진력한다면 그 지역 주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해서는 잘못된 제도에 대해 간섭을 못하면서 초·중등교육은 누구나 좌지우지하려는 발상은 교육발전을 크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교육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든가 `국가백년지대계'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부터 교육에 대한 본질을 심층적으로 인식해야하고,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교육자치제도의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허원기(인천시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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