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재난복구비로 집행한 8억여원 대부분이 현장확인 절차도 없이 피해를 입은 기초단체 요구대로 처리해줬다가 인천시의회가 문제 삼자 감사에 들어간다는 보도다. 일부 기초단체가 8월 집중호우와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해 도로, 호안석축 등 공공시설물 10여군데에 피해를 입었다며 재난복구비를 요청하자 시는 현장에 나가보지도 않고 이들의 요구대로 혈세를 집행했다는 것이다. 주택이 침수당하거나 무너졌다는 일반 주민들의 신고도 아니고 관공서에서 그것도 복구가 시급한 도로와 선착장 등 공공시설물이 피해를 당했다고 보고하니 일단 믿고 집행한 시의 신속한 재난처리 대처를 놓고 무조건 꼼꼼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몰아부칠 생각은 없다. 다 알만한 처지에 원칙만을 따져 시급성을 요하는 복구비 집행을 지연시킨다면 그것도 공직사회에서 원성을 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시의 복구비 집행 처리과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다. 더구나 시비나 군비만으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비가 지원되는 만큼 가능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푼이라도 더 많이 끌어와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공직사회 분위기에도 공감이 간다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국비가 포함된다 해도 8억여원의 혈세를 집행하면서 최소한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의회는 옹진군이 농로와 석축이 무너졌다고 피해상황을 보고하면서 제시한 사진을 하나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시가 피해현장 사진만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어도 현장확인의 필요성을 알아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집중호우로 유실된 농로나 태풍으로 해일이 일어나 붕괴된 석축은 옹진군이 제시한 사진 모습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시의회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옹진군은 부실공사로 이미 문제를 일으킨 도로나 석축을 태풍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물로 보고하고 복구비를 타갔으며 인천시는 보수공사에 재난복구비를 지원했다는 말이 된다.

시의회가 시에 감사를 요구하고 시도 감사를 통해 사실여부를 가리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감사 결과 옹진군의 공공시설물 피해가 태풍보다는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밝혀진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걷잡을 수 없다. 무엇보다 보수공사비를 부담해야 할 시공업체가 오히려 부실시공 때문에 추가 공사를 맡아 배를 불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는 시민들이 그 어느 감사 때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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