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도 한라산, 한강 등 고유이름이 있듯이 바다에도 이름이 있다. 특히, ‘동해’, ‘독도’의 명칭과 관련해 온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이 이 지명문제이다.

지명이란 산, 강, 바다 등 지구상의 자연물을 지칭하는 이름이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온 언어유산으로 역사, 전설, 문화, 풍속 등이 함축돼 있어 그 지역의 생활상과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여러나라에 인접해 있어 해양에 대한 지명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육지지명에 비해 해양지명에 대해 지금까지는 무관심했다.

‘해양지명(海洋地名)’이라 함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양·협만(灣)·포(浦) 및 수로 등의 해상이름과 초(礁)·퇘(堆)·해저협곡·저분지·저산·저산맥령(海嶺) 및 해구(海溝) 등의 해저지형의 이름을 말한다. 육지에 대한 지명은 지리학, 언어학 등 학문적 접근과 지적정리, 토지행정 수행 등 중앙지명위원회의 꾸준한 활동으로 많은 지명이 정비돼 왔으나 바다에 대한 지명은 관심과 인식 부족 등으로 체계적인 조사는 물론 통일된 명칭사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해양지명은 표준화 절차나 규정이 없이 공공기관, 연구기관, 학계 등에서 학술논문, 보고서 등에 개별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혼란을 줘 왔으며,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기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해양수산부가 2002년 7월1일 국립해양조사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해양지명위원회’(위원장 및 관계 공무원 8명, 전문가 7인)를 발족, 우리나라 해양지명에 대한 국내외 공식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해양지명위원회는 2002년 7월12일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 6차 회의를 개최해 운영세칙, 해양지명 표준화 편람 등을 확정하고 ‘왕돌초’ 등 11개의 해양지명을 제정, 고시했다. 해양지명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해양지명은 국제표준화를 위한 국제수로기구(IHO), 정부간해양과학위원회(IOC) 등 해양지명관련 국제기구에 상정, 국제표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양지명문제는 해양관할권 등 국가의 이해관계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때때로 이웃하는 국가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의 ‘동해’ 표기문제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동해(EAST SEA) 표기 및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들끓게 하고 있다. 차제에 우리도 우리나라 관할 해역에 대한 국가 공식 해양지명을 조속히 제정하고 대내·외적인 홍보를 전개해 우리 지명이 세계적으로 공식화되고, 아울러 세계지도에 널리 표기되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곽인섭 국립해양조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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