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부성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저항하며 평생을 투쟁해오던 에나가 사부로쿄교육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에 끊임없이 의문부호를 던진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일본역사 교과서의 왜곡 문제를 이에나가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37년전인 1965년에 문부성의 검정제도에 항의하면서 국내외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고교용 신일본사교과서에서 태평양전쟁에 대한 기술 등 무려 323곳이 부적절하다며 문부성이 검정에서 불합격시키자 검 교육과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위법행위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731부대 삭제와 관련해서는 소송이 있은 후 32년만에 승소하면서 일본내 다른 역사교과서 저자들에게 과거반성과 함께 역사적 사실 기재라는 본보기가 되었다. 일본사회의 반역사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다름아닌 일본의 학자가 자국의 과거 만행을 과감히 고발하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킬수 있었다는 데 평가가 클 수 밖에 없다. 이에나가 교수의 용기를 짚어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불평등조항이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국 정부나 군 관계자는 물론 학자와 지식인 누구하나 자국 군인에게 유리한 이 협정에 대해 불평등조약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 협정은 그동안 두차례 걸쳐 일부조항에 대해 손질을 했지만 여전히 불평등한 조항이 남아있는 데 그 가운데 하나가 미군의 공무수행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미국이 1차 소추권 갖는다는 것.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만 해도 미군이 공무수행중에 저지른 범죄라는 이유로 미군재판관에 검찰관, 배심원, 피의자 모두 미군 일색인 재판으로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무죄평결은 어찌보면 당연했을 터. 지난해 1월 재개정작업에 5년이란 시간이 걸렸듯이 또다시 재개정은 수월치 않으리라 예상되지만 지금의 국민여론을 수용해 정치권이 앞장서 나서주길 바란다. 더욱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개정을 담는 공약을 제시하고 미국과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대통령 출마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뜻있는 공약을 내세워 한국 대통령의 자존심을 살리기를 기대해본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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