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 이규혁(24.춘천시청)은 올해로 태극마크를 단 지 꼭 10시즌째를 맞았다.

지난 93년 5월 신사중 3학년 시절에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이래 단 한번도 중도 하차하지 않고 한국 얼음판을 지켜왔다.

그동안 단거리 3종목(500m, 1000m, 1500m)에서 모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규혁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한이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

객관적 기량이 한참 모자라 큰 기대를 하지 않은 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과 96년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이야 그렇다치지만 그 이후 대회에서의 부진은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이규혁은 99년 평창아시안게임에서 최강이라는 안팎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컨디션 난조로 1,000m에서 후배 최재봉(22.단국대)에게 밀려 금메달을 놓쳤고 지난 2월 열린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도 주최국 미국의 `장난'과 작전 실패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월드컵대회에서는 곧잘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던 이규혁이 이처럼 국가의 명예를 걸고 나선 대회에서는 부진을 거듭한 대가는 컸다.

바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선수생활의 기로에 선 것.

따라서 이규혁은 내년 2월 열리는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을 사실상의 마지막기회라고 생각하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런 탓에 1,000m와 1,500m에서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음에도 이규혁은 지난 여름 자신을 더욱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올림픽 노메달의 충격을 곧바로 털고 일어나 4월부터 다시 훈련에 돌입했고 9월부터 두달간은 캐나다 캘거리에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혹독한 훈련 끝에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초반 스퍼트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제갈성렬 코치는 "500m의 경우 초반 100m 기록이 평소 10초 정도였는데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 9초60까지 당겨졌다"면서 "지난 몇년간 순발력 강화 훈련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라고 그의 금메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규혁은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월드컵시리즈 4차 대회에 올 시즌 처음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성적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일본의 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회 출전을 위해 3일 현지로 떠난 이규혁은 "부담없이 경기에 임하는게 가장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병역 문제가 걸려있다보니 아무리 평상심으로 돌아가려해도 잘 안되는게 사실"이라며 "이제 대표팀 생활도 10년째인데 국제대회에서 꼭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