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치러지는 16대 대통령선거는 역대 대선 사상 가장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선심관광은 물론 돈봉투를 돌리는 치졸한 모습도 아직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후보가 각 지역을 돌 때면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수십만명씩 끌어 모았던 대규모 군중집회가 사라지고 TV토론이라는 미디어 선거형태로 전환하면서 선거 한번에 조 단위로 들어갔던 천문학적 선거비용도 크게 줄어들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낭비적인 대규모 집회 대신 TV토론이 자리를 잡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각 당에서 보여주는 당비 모금운동도 선거풍토를 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지역구를 중심으로 당비 모금운동을 벌여 선거에 활용하고 있으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도 돼지저금통을 돌려 40억원 이상의 선거비용을 모금했고 당원 모두가 당비를 내 운영되는 민주노동당은 순수한 당비와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동안 대선을 보면 여지없이 재계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뭉칫돈이 선거캠프로 들어갔고 그것이 정경유착과 부패의 고리로 연결됐던 것이다. 또 선거특성상 아파트나 음지에서 벌어지는 향응과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돈으로 대선자금의 법정한도액을 초과하게 되고 이를 무시하고 선거를 치르다 보니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범법자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선거전과 당원들의 자발적 당비납부운동 등을 통해 선거전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면 우리는 엄청난 변화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시민단체와 선거자금공개 협약을 체결했다. 공식선거자금은 물론 비공식 선거자금까지 포함돼 각 당의 선거자금 투명성을 검증받게 됐다. 시민단체가 선거자금을 검증한다는 것이 한계는 있지만 이를 따지기 앞서 깨끗한 선거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각 당의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선거혁명은 딴 데 있는 게 아니고 투명한 선거자금에 있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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