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 마담 드 스탈(1766-1817)의 소설 「코린나」(문학과지성사刊. 전2권)가국내 초역, 출간됐다.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은 빅토르 위고의 「크롬웰 서문」(1827) 이후 본격화된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랑스 문학사를 개관하는 대부분의 문헌은 독일 낭만주의를 프랑스에 소개함으로써 프랑스 낭만주의를 개화시킨 작가로 마담 드 스탈을 꼽는다.

소설 「코린나」는 '이탈리아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것처럼 18세기 이탈리아의 풍토, 종교, 예술을 배경으로 오스왈드와 코린나의 사랑을 그렸다.

신병 요양차 이탈리아로 간 스코틀랜드의 귀족 오스왈드가 그곳에서 만난 미모의 즉흥시인 코린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감춰진 과거와 이질적 문화가 놓여 있다. 이 소설은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사이의 교류가 가능한지 묻고 있다.

'여성주의 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도 평가받는 이 소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신장시키려는 차원을 넘어 본질적 의미에서 여성의 힘을 예찬하고 있다. 작가는이 소설에서 여성=예술=이탈리아, 남성=정치=영국이라는 대립구도를 설정한 뒤 자연과 재능을 사랑하는 이탈리아를 옹호함으로써 여성의 숨은 잠재력을 드러내려 했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의 범주를 뛰어넘어 낭만주의 예술이론은 물론 당시 이탈리아의 문학과 예술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학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혁명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많은 삶을 살았던 마담 드 스탈은 루이 16세 때 재무대신을 지낸 자크 네케르의 딸로 태어났다. 소녀시절부터 어머니의 살롱에 모이는 계몽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 민주주의와 진보주의 사상에 눈떴다.

주불 스웨덴 대사인 스탈 남작과 결혼함으로써 마담 드 스탈로 불린 그녀는 나폴레옹과의 불화로 1803년 국외로 추방됐다. 이후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지를 유랑하면서 각국의 풍토와 사회적 제도의 차이를 관찰했으며 독일 낭만주의 문학과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이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그녀는 19세기 실증적 비평의 선구가 된 「사회제도와의 관련하에서 고찰한 문학론」(1800), 독일 낭만주의를 프랑스에 소개한 「독일론」(1810), 소설 「델핀」(1802) 등의 저작을 남겼다. 그녀의 책이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유현 옮김. 각권 360쪽 내외. 각권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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