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41)씨는 영상과 설치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작가다. 리옹 비엔날레(1995년), 요한네스버그 비엔날레(1997년), 시드니 비엔날레(1998년), 이스탄불 비엔날레(2001년) 등 굵직한 해외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에는 초기작에서 신작까지 망라, 소개되고 있다. 출품작은 '액체-12개의 실루엣' '그네' '시간의 보행' '글로브-아니마의 출구' '추억의 배후' 등 5점. 김씨가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의 대표작은 아무래도 물방울을 이용한 영상작품 '액체'라고 할 수 있다.흘러가는 물방울의 장력과 유동성, 점성을 고정화면에 보여주는 이 작품은 독창성이 돋보인다. 속도에 따라 뭉쳐지고 흩어지는 액체는 감상자를 긴장과 이완, 감동과 탄성에 빠지게 한다.

신작 '그네'는 사방에 스크린을 설치한 뒤 한 남자가 그네를 타는 모습을 사면에 영사한 작품이다. 그네를 타고 왔다갔다하는 이 남자는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대답하기도 한다. 스크린 안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네를 타는 것은 네 개의 영상기이다.

'글로브-아니마의 출구'는 두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쪽에는 남성이 둥근 땅과 하늘을 배경으로 이동하며 보이는 외부공간 변화가, 다른 한쪽에는 여성이 남성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동하며 보이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작가는 아니마(남성 속의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 속의 남성성)를 말하고자 한다.

역시 최신작 '시간의 보행'은 주름진 스크린을 이용해 감상자에게 착시효과를 안긴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보는 화면은 과거와 현재로 각기 다른데, 이는 삼각형으로 주름진 스크린에 별도의 영상이 좌우에서 비치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스크린 앞을 오가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동시에 체험한다.

1993년작인 '추억의 배후'는 타자기 다섯 개에 종이를 꽂아놓고 그 위에 슬라이드 영상을 비춘다. 이 영상에서는 어떤 책 혹은 문장에서 잘린 것인지 알기 힘든 단어들이 물과 글리세린 용액에서 부유하는 모습이 보인다. 언어로 세상질서를 잡으려는 욕망과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을 동시에 다룬 작품이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개념적 진지함과 시각적 창의성,감성적 효과를 지닌 일련의 작품을 내면서 명성을 높이고 있다. ☎ 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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