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34년전(1968년 12월5일) 오늘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낭독,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이다. 순수하기만 했던 우리 국민들이 최초로 기억력 경쟁을 벌인 것은 아마도 국민교육헌장을 누가 더 완벽하게 외우느냐는 경쟁이었던 것 같았다. 그 의미도 채 알지 못한채 맹목적인 경쟁심으로 무조건 외우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은 물론 국기에 대한 맹세, 교련, 병영 집체 훈련, 극장에서의 애국가 등을 모르고선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애환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며 그중에서 애국자 아닌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70~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국민교육헌장은 싫든 좋든 많은 기억을 남겼다. 이 헌장이 만들어진 뒤 국가, 학교 행사에서 반드시 낭독하도록 한 가운데 각종 교과서의 속표지 첫 장에 모두 실렸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외워야만 했다. 학생들 전체가 큰소리로 낭독하기도 했고 또는 한 사람씩 앞에 나가 외우는 신성한(?) 의식도 많이 치뤘다. 암기에 흥미가 없던 사람들은 수업이 끝난 뒤에 남아 곤욕을 치른 기억도 생생하다.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된 이후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 반정부 인사들이 국민교육헌장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교육지표나 헌장 등을 선포, 정부와 맞서 싸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국민교육헌장은 선포 25년만인 90년대 초부터 교과서와 공식 행사 등에서 사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국민교육헌장은 이제 과거 속으로 묻혀져 가고 있다. 사라진 국민교육헌장이지만 다시한번 새겨보면 좋은 내용도 담겨 있다.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날이 14일 남았다. 우리는 민족의 슬기를 모아 새역사를 창조해야하고 이를 실현키 위해서는 유권자들은 신중한 심판을 해야하며 후보는 물론 정치인들 모두가 서로 남의 말을 좋게하며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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