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 이후, 반미 주장과 움직임은 오히려 진정되기는 커녕 더 확산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단체들이 반미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크고 작은 반미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사건 발생지인 의정부시의회는 얼마전 범시민적 투쟁에 동참할 것을 결의하기까지 했으며 인천시 서구의회도 오는 17일 미군병사 무죄평결 무효 및 대통령의 직접공개사과 요구 결의안을 의결키로 했다고 한다. 인천시 부평구의회도 미군병사 무죄평결 무효, 미국 대통령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불평등한 주둔군지휘협정(SOFA) 개정에 성의있게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놓고 의원들간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게 여겨지는 것은 반미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는 일반국민들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희생자가 여중생들인 데도 정작 기소된 미군병사들이 미군 법정에서 무죄 평결을 받기 무섭게 출국했으니 한국인으로서는 분노와 충격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일은 결국 유가족들을 포함한 한국인들 모두의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이나 시위가 문제제기는 될 수 있어도 해결이나 마무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거꾸로 상처를 더 덧나게 할 우려도 있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각계 각층이 벌이고 있는 이같은 시위가 초·중·고 학생들에까지 반미의식을 심으려는 움직임이 결국 갈등의 치유나 해소보다는 갈등의 끝없는 격화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대안 없는 운동과 시위는 결국 한 철로위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지금 고민해야 할 사항은 현 상황을 풀 해결방안 밖에 없다. 물론, 답을 찾는다는 것도 말 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한·미간 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요구만 해도 국제관례 등에 비춰볼 때 미국이 문제가 된 공무중 발생한 범죄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양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이 SOFA 개선을 관련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미뤄볼 때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제는 한·미 정부와 지도층, 국민들 모두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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