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발표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선책은 불평 등 상황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날로 거세지는 반미시위와 반미감정의 확산이 우려할 만한 지경에 까지 다달은 상황에서 개선책을 서둘러 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요구는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의 개선이 아닌 불평등 조항의 전면개정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SOFA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채 단순히 운용상의 개선만으로 불평등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개선책 또한 미국측과의 향후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미국측이 어느정도까지 받아들일지 가늠키 어렵다.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고가 불을 댕겼지만 SOFA의 불평등 조항에 대한 개정요구는 진작부터 있어왔고 또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던 것이다. 그런점에서 SOFA의 재개정 작업만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다.

정부가 마련한 개선책의 핵심은 우선 미군관련 범행현장에 대한 우리 수사당국의 접근과 용의자 또는 목격자 등에 대한 공동조사로, 초동수사 과정에서 우리측의 참여 강화로 요약될수 있다. 미군관련 범죄로 우리 주민이 피해를 당해도 우리측 수사기관은 현장에 가 볼 수도 없고 용의자 접견조차 봉쇄돼 있는 점을 감안 한다면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미군에 대한 우리측 수사권 강화를 위해 미군 피의자의 신병을 인도한 뒤에도 우리가 소환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의 불평등 부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안은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요구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우선 재판권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중 가장 불평등하게 느끼는 조항이 바로 형사재판권 관할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개선안은 초점을 비껴간 느낌이다. 협정은 공무중의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1차 재판권을 갖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측 재판권행사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이 요청을 할 경우 재판권 이양을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돼있다. 나아가 협정의 합의의사록에는 우리측이 재판권을 갖는 경우도 특별히 중요한 경우가 아니면 미군의 요청에 따라 포기 하도록 돼있다. 결국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에 있어 수사와 재판을 모두 미군이 관장하는 것이다. 이 조항이 개정 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의정부 여중생 사건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시민단체나 많은 사람들이 협정의 재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SOFA의 개정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발등의 불을 끄기위한 방편보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한 조항의 개정을 위해 한발짝 나가야 한다. 미국측도 주둔군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계속 유지함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깊이 생각, 진일보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미군부대 영내의 무단침입이나 화염병 투척 등 폭력적이고 과격한 시위는 양국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제해야 할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주한 미군 사령관도 개선의지를 밝힌 만큼 현재로서는 양국의 노력을 지켜 보는게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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