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 조조가 전쟁터에서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던 중 험한 산길을 오르면서 모든 병사들이 기갈에 허덕이고 있었다. 술수에 뛰어난 조조가 선두에서 이 모습을 보자 갑자기 맞은편 언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힘을 내라. 저 언덕너머에 매실나무 숲이 있다. 새콤한 열매가 가득 열려 있으니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에 매실을 떠올리게 된 병사들은 입안에 침이 고였다. 덕분에 잠시의 목마름을 잊고 기운을 내 샘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었다. 기발한 말 한마디로 군사들의 사기를 충천시킨 이른바 망매해갈(望梅解渴)이란 고사다. 그의 뛰어난 재치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 사람의 마음을 교묘히 속이는 일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실로 사람의 말이란 입에서 튀어나가면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으니 예로부터 말을 아끼는 것은 곧 자신을 아끼는 것과 같이 취급되기도 했다. `말이란 바람이나 물결과도 같고, 행동이란 득실이 따르게 마련이다. 무릇 바람과 물결은 움직이기 쉽고 득실은 위태로워지기 쉬우니 화를 내게 되는 것은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며 교묘한 말이 치우침이 있기 때문이다.' 장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실로 인간의 말이란 너무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것을 행하는 이의 안색이나 숨소리에도 표현에 많은 차이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또 그 말을 듣는 이의 기분에 따라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말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 얼마나 많으며 말 한마디 때문에 커다란 복을 받은 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실로 우리는 말 한 마디로 오늘도 숱한 희비를 맛보고 있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아무리 급박한 환경일지라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항상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최소한 그것으로 인한 망신의 화는 피할 수 있다. 며칠 앞둔 대선 판국은 그야말로 상대후보를 헐뜯는 저질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은 이제 어느 후보가 과연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치자인지를 심판한다. 민의가 어디 있는가를 모르고 교묘한 말로 치우침이 있다면 낙선은 뻔하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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