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연예인으로 유명한 하리수(27)씨가 인천지법에 호적정정 및 개명허가 신청을 내면서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정정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하씨는 외견상 누가 봐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성전환수술을 받아 신체적 조건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사람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쉽게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씨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사뭇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법원이 후천적 요인으로 호적상 성별정정을 허가한 것은 모두 4차례지만 대부분 성염색체 이상 등 생물학적 요인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씨의 경우처럼 심리적 요인인 성전환증 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은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윤모(30)씨에게 허가한 경우가 첫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호적법은 호적의 성을 출생 당시 염색체와 외관 등 신체적 조건에 따라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별토록 하고 있어 윤씨의 경우처럼 신체적 조건이 변경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은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씨의 호적정정을 결정한 고종주 가정지원장은 새로운 법 해석을 통해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인정했다.
 
고 지원장은 “입법자가 성전환자의 존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정을 제정했다면 법관은 변화된 새로운 시대상황에서 호적정정의 의미에 관해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의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헌법에 나와있는 인간존엄성과 행복추구권 실현을 위해 성전환자들에게 호적정정을 허가할 필요가 있다는 법관의 의지를 담고 있는 셈. 물론, 이같은 결정은 성전환 수술을 해도 성염색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바뀐 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례에 전면 대응하는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인간의 성별이 단순히 생물학적 성에 의해서만 구분될 수 있는지, 법관의 시각은 물론 사회적 인식이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는 의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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