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미는 테러리스트들이나 극소수 급진 과격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보다 확실해지고있다. 미국의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PRC의 조사 결과는 반미감정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세계 여러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특히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 2년간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 또 반미감정의 확산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에서 심각하다는 점등은 부시 행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거 있고 정당한 비판 앞에서 그것을 무시할 것인지, 반발할 것인지, 아니면 겸허히 수용할 것인지, 그 선택은 당사자의 것이지만 무엇이 옳은 태도인지는 모두가 알만큼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보고서를 잘 살펴보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되고있는 것이 미국의 자업자득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원인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 빈부격차 확대, 세계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부시 행정부 출범 후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큰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신자유주의에 의한 세계 경제 질서 장악 노력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으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그로 인한 반감이 지구촌 점차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있음을 확인하고있다. 부시행정부가 이번 여론조사를 의미 없는 것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 반미 확산의 원인이 미국 자신에 있음을 시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시 대통령의 첫 반응은 이것이 미국을 나쁘게 보려는 선전기구들의 영향 탓이라면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기는 하나 양약은 입에 쓴 것이라는 충고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이같은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 부시 대통령의 반응이 전체 미국의 반응이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여론 조사를 주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성의 소리를 들려 주고 있다. 누가 보아도 반미의 확산은 미국과 세계 모두의 불행이 되고있음이 자명하다. 무엇이 진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깨닫는 이성적인 태도가 미국이라는 땅에 얼마나 확산되는지 지켜 볼 일이다.

이번 조사가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과 미군 군사재판의 미군 병사 무죄 평결 이후 미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극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의 반미 역시 더 이상 소수 급진 과격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확실한 원인 제공이 있고 이에 대한 정당한 항의의 표시로 보아야한다. 과격한 의사 표시 방법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것은 반미감정 확산에 전전긍긍하고 이를 진압하려드는 것이 아니라 반미를 가져온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되어야한다. 미국은 미국대로 국가적 이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우리대로 감정적 반미로 흐르지 말고 불평등 관계 등 여러 가지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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