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상생발전은 정부가 수도권 관리를 어느 만큼 합리적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도권 정책은 세계 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있는 장기비전인 성장관리방안을 제시, 수도권에는 보다 많은 자율권을 주어야 하고 지방에는 보다 많은 지원을 강화해 상생전략(Win-Win Strategy)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수도권계획관리법'으로의 대체입법은 반드시 확행돼야 할 것이다.

본보는 이와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문제점을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측면에서 비판하고 5회에 걸쳐 게재코자 한다.〈편집자 주〉

  ◇수도권 규제의 틀 40년

산업화와 도시화가 추진된 지난 60년대 이래 수도권 억제정책은 역대 정권들의 가장 주요한 정책의 하나로 채택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은 그 실효성을 상실했고 각 정권의 정책의지도 점차 퇴색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대 정권중 그나마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한 박정희 정권도 공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도시화를 경험했으며, 특히 수도권에 편중된 국토이용으로 인구와 산업의 과도한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기초를 정립했다.

1964년에 이미 서울의 과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도시인구집중방지책'이 주로 국방상의 이유에서 논의됐으나, 1970년대 들어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도권인구재배치기본계획을 수립해 공장·대학교·관공서 등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시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박 정권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돼왔던 수도권 억제정책은 그 이후 정권에 의해 제대로 계승되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과도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양대 도시의 성장 억제와 인구 분산, 그리고 수도권에 대응할 다핵의 광역권 개발 등 수도권 개발제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1982년 `제2차 국토종합계획'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했고 84년 `제1차 수도권정비기본계획(1984~1996)'을 수립해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전지역을 이전촉진·제한정비·개발유도·자연보전·개발유보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했는데 1982년도에 88올림픽을 유치하고 이어 86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이후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돼 왔던 서울의 개발억제정책은 고삐가 풀리게 됐다.

16년 만에 재개된 대통령 선거를 통해 1988년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1987년 12월의 선거에서 서해안개발, 경부고속전철,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 건설시책을 공약했고 이러한 시책들은 수도권을 급격히 비대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도권의 과잉 비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 정권은 1989년 6월 청와대에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을 발족시켜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기구는 1990년 3월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질되면서 아무런 후속조치도 마련하지 못하고 해체되고 말았다.

이어 1992년에 수립된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또한 구체화되기도 전에 문민정부가 출범해 노태우 정권은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런 실적도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킨 정권으로 끝나고 말았다.

박정희 정권이래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점점 퇴색되어 오던 수도권 정책은 김영삼 정권에 이르러 1990년대 중반이후 세계화, 경쟁력 강화 등이 수도권정책의 주된 화두가 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권은 1993년 `신경제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시행령'을 전면 개정함에 있어서 국제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것을 최대의 명분으로 내세웠고, 이러한 기조하에서 수도권의 권역 구분을 종래의 5개에서 과밀억제, 성장관리, 자연보전권역 등 3개로 축소조정 했으며, 대형건축물의 신·증축을 직접 개별규제에서 과밀부담금 부과라는 간접 총량규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이같은 정책기조의 전환과 함께 김영삼 정권은 1997년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1997~2011)' 및 1998년 `수도권정비계획법시행령 개정' 등 갖가지 예외 조치를 취해 수도권정책이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은 채 난개발과 비대화 현상이 심화됐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은 2002년 국토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선계획 후개발의 국토이용체제를 확립하며 국토관리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건설종합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을 통합해 국토기본법을 제정하고,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토기본법에서는 국토관리 이념을 제시하고 국토계획 실천력 강화 규정을 두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토이용관리체계 일원화, 개발행위허가제, 기반시설연동제 등을 도입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발표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화려한 포장에 비해 알맹이가 없는 선언적 내용이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는 기존 재원을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현 정부의 3대 특별법(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이전특별조치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세 가지 법안의 실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과 계획이 수립되어 왔지만 현재의 수도권 현황을 볼 때,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물리적인 시설의 분산을 강조한 정책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즉, 지방정부가 지방경제를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수도권 인구과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권한이양과 재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불합리한 수도권 관련제도를 수정·보완해 수도권의 국가경쟁력과 지역상생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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