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연기자 생활 20주년이 되는 김혜수(35)가 풍기는 매력은 당당함과 씩씩함에서 묻어나는 듯하다.
   
인터뷰면 의례적으로 던지는 흔한 대답은 체질에 안 맞는 듯, 입에서는  '그게아니라'라는 말과 함께 시원스러운 대답이 흘러나온다. 매니저 '동생'에게 '헤드락'을 하며 터프함을 보여주던 그녀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 '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소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녀가 올해 초부터 매달렸던 '분홍신'은 죽음을 부르는 분홍색 신발에 대한 이야기.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다음달 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김혜수가 맡은 역은 구두를 모으는 게 취미인 의사 선재(김혜수). 어느날  지하철역에서 주인이 없는 분홍신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 이후 그녀의 주변에서는 자꾸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28일 저녁 삼청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혜수는 "공포영화를 찍었지만 공포영화를 정말 못본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공포영화 절대 못봐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말을 못해요. 아예 못보거든요."
   
김지운 감독의 단편 '메모리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김혜수에게 본격적인 공포영화 출연은 '분홍신'이 처음이다. 귀신 이야기를 듣는 것 조차도 싫어한다는  그녀에게 공포물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멀 수밖에.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공포영화는 '분홍신'이 처음일 정도다. 김혜수는 "'메모리즈'도 일부  장면은  건너뛰고 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포 영화지만 '분홍신'을 차기작으로 택한 것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묘한 매력, 그리고 감독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인지 못하는 욕망을 이 영화가 담고 있다"며  "캐릭터와 줄거리가 풀려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와니와 준하'를 만들었던 김용균 감독의 감성도 출연 결심을 굳게 했다.
   
차기작에 대해 "아직 결정 된 것이 없지만 관객들이나 나 스스로를 위해서 공포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사실적인 느낌이 강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신에게 쫓기고 머리에는 핏물 뒤집어 쓰고
   
처음 본격적으로 출연하는  공포물인 만큼 영화는 김혜수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극 중 비처럼 쏟아지는 핏물을 맞는 장면은 한차례 NG 끝에 두 번째만에 OK사인을 받았으며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지하철 장면을 위해서는 3박4일간  밤낮  없이 선로를 오가며 먼지를 마셔야 했다.
   
여기에 또 힘들었을 장면은 딸 역을 맡은 아역배우와의 몸싸움.  하지만  "연기경험이  없는 아이라 특별한 계산 없이 서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다"고 설명하는  그녀는 "서로 반응에 맞춰 조금씩 변해가는 방식이어서 연기를  할  때마다 오히려 즐거웠다"며 밝게 웃었다.
   
공포물 연기의 핵심인 특유의 겁에 질린 리액션에 대해서는 "본능대로 했다"는 대답이 들려온다.
   
"감독님은 '근육을 사용할 줄 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실 느껴지는대로, 본능대로 연기했어요. 촬영 전에 어느 정도 계산을 해도 일단 '슛'이  들어가면 상황에 몰입이 되거든요."

   
▲유쾌한 (김)성수씨, 개성 없는 것이 개성인 감독님
   
'분홍신'은 김혜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작품일까? "일단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가  된 뒤에 생각해볼 문제"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함께 작업을 한 두 남자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는 모습을 보면 작품 외적으로 일단 사람 두 명은 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보다는 오래된 친구들과 꾸준히 만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김혜수는 "김성수가 개성이 넘친다면 김용균 감독은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인 분"이라고 설명했다.
   
"성수씨는 유쾌하면서 가볍지 않은 게 매력이에요. 솔직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요. 감독님이요?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오히려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이죠. 영화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모습들 사이에서 공포가  스멀스멀 묻어나는 식이잖아요. 감독님의 성격이 영화에 장점으로 드러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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