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겠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1995년) 수상작가인 설치미술가 전수천 씨가 오는  9월 13일부터 22일까지 북미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타고 '움직이는 드로잉-영원한  민족 비전의 선'을 그려내는 프로젝트에 다시 도전한다.
    
올해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씨는 14량짜리   암트랙(AmTrack) 열차를 이미 전세냈다고 밝히고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대기업들과 협찬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비용도 처음 기획단계의 30억원에서 올해 13억원으로 줄이고 부대행사도 많이 줄였다. 비용의 일부인 3억원은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단과 문화관광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올 4월에 이미 현지답사도 마쳤다는 그의 각오는 올해는 더 각별하다.
   
그도 그럴것이 전씨는 1993년 이 구상을 세워 10년 넘게 추진해오고 있으나  비용조달 문제 등으로 두 차례나 무산됐고 전씨의 프로젝트 도전을 소개하는 국내언론들은 본의 아니게 오보를 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천씨의 프로젝트는 창문과 바퀴만 빼고 방염처리된 흰 특수천으로 감싼  열차를 타고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까지 장장  5천500㎞를  열흘간 달리면서 미국대륙을 스케치북 삼아 흰색선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대륙을 가르는 흰색선이 보여주는 역동성, 자연과 동화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정신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뉴욕시 맨해튼 한가운데 자리잡은 센트럴 파크에 7천500개의  문(門)을  세우고 주황색 천을 씌워 삭막한 겨울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  부부의 `더 게이츠'(The Gates) 만큼이나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다. '게이츠'의 경우 뉴욕시에 2억5천400만 달러(한화 약 2천550억원)의 경제적  이득도 안겨준 것으로 집계됐다.
    
전씨의 암트렉 횡단열차에는 관람객 50여 명을 비롯해 최대  150여 명이  동승해 초청석학 강연과 국악ㆍ재즈공연, 현대미술 관련 심포지엄, 영화감상  등의   행사를 펼치며 다양한 미적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인간과 자연, 역사, 문화 등을 놓고 벌이는 토론은 위성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대신 열차가 지나는 애리조나 사막에 365개의 모니터를 설치해 한국의 전통  선율을 배경으로 물에 비친 1천 개의 달의 영상을 보여주려던 설치작업 '월인천강지곡'은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취소했다.
   
천씨는 올해 암트랙 횡단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킨 뒤 '월인천강지곡'도  재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흰색 천을 씌운 열차는 그 자체로서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줄  뿐  아니라 열차가 지나는 환경과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다른 미학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미술체험을 기대해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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