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고은(69)씨가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없다”며 소시민으로 전락해 가는 젊은 시인들에게 일갈했다.
 
고 시인은 이번 가을호로 공식 창간된 계간 `시평'에 게재한 `시의 벗들에게'라는 편지에서 “도잠, 이백, 두보는 중국문학의 근본에 술이 얼마나 깊이 관련되는가를 자랑한다. 시와 술이 혼연일체가 된 것이 그들 고대 서정의 광활한 세계였다”면서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었다. 막말로 최근의 시가 가슴에서 터져나오지 않고 머리에서 짜여져 나오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술의 고전적 의미가 이렇게 모독당하는 것과 함께 시적 절실성이 자꾸 감소되는 것 같다”면서 “부디 시의 위기를 외부에서 찾지 말기 바란다. 첨단문명이나 영상문명, 산문의 폭력과 시장주의에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인간으로부터 시가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도 시 쪽의 책임이라는 내재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후배시인들에게 호소했다.
 
그동안 무크지 형식으로 8호까지 발행된 `시평'은 이번호부터 정기간행물로 공식 창간됐다. 발행인 겸 주간인 시인 고형렬을 비롯해 이성복, 최승호, 김혜순, 이문재 등 시인들이 직접 만드는 이 잡지는 `시인과 독자의 직접 만남'을 추구한다.
 
베트남,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젊은 시인들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양장본으로 고급스럽게 꾸민 창간호에는 일제시대에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등 영화에 관심을 쏟았던 월북작가 임화에 대한 재조명 기사 등이 실려 있다. 188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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