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검암2지구 험봉산 자락에 수령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족히 100년 이상 됨직하고 아름드리 나무로 키가 반듯하게 자랐는데 검암2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같아 주민들이 산책하면서 한번쯤은 쳐다보기도 하고 만져도 보는 나무이다.

그래서 어느 주민이 보호수로 지정해 수세를 유지하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구청에 요청하였으나 담당자 답변은 `자생식물및산림유전자원보호림관리요령'에 의해 은행나무는 수령 400년, 수고 20m, 흉고직경 2.6m가 되야 심사할 수 있다고 해서 지정이 어렵고 대신 소유자와 협의, 큰나무로 지정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올해는 은행나무가 어찌된 일인지 잎이 파랗게 돋아 무성해야 하는 6월에도 노란잎이 되어 말라죽어가고 있어 이를 보는 주민들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험봉산의 옹달샘에서 물이 흘러내려 고인 늪지대가 있어 개구리, 귀뚜라미 소리가 요란했었고 은행나무가 그 가운데에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덤프트럭이 연이어 흙을 날라 퍼붓고 포크레인으로 다지니 은행나무는 늪 바닥에서 2m정도가 묻혀져 있고 그 상태에서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아 피어난 잎이 노란색을 띠고 말라가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추측해 변화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는데 우선 택지개발의 희생자로서 나무가 흙에 너무 많이 묻혀 숨쉬기가 어렵지 않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포크레인에 의한 상처가 워낙 심해 몸앓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기도 하고 또다른 의혹은 누군가에 의한 독극물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강서구 외발산동에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1997년 이후 나뭇가지가 죽고 잎이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구조요청을 했고 이에 강서구청이 5천여만 원을 들여 뿌리가 잘 뻗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수술, 나무 주변 배수공사, 발육촉진제 주사 등 온갖 방법을 통해 노력한 결과 지난 5월에는 잎사귀와 가지에 물이 오를 정도로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에 부러워도 하면서 다시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구구절절 사연을 더 보태고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으며 구청장은 결국 긍정적으로 검토해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본인이 기를 쓰고 매달리고 하는 행위에 어느 분들은 결식아동도 많고 불우이웃과 홀몸노인들도 많고 도와 줄 일이 많은데 하필 은행나무 한그루에 신경을 쓰느냐고 하지만 한그루의 나무, 한포기의 풀도 그 생명이 존중하고 그러한 생각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동정과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개발에 의해 훼손되어 가는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과 이웃 나아가 국가도 소중하듯이 나무, 풀, 물, 공기 등 환경도 관심을 가지고 훼손되어 가는 환경을 보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상생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은행나무가 하루속히 도움을 받아 푸르른 잎이 나와서 예전처럼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김성환(kimrg@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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