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각 후보진영도 마음이 급해지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종반 지지표 다지기와 부동표 흡수를 위한 온갖 비책을 꺼내놓고 있다. 선거초반 우려를 자아냈던 폭로비방전이 유권자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진정되는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선거전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실현성은 의문이지만 그래도 서로 흙탕물이나 끼얹는 식의 볼썽 사나운 인신비방전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전이 반환점을 돌아 종반에 접어들면서 각 후보들은 한표라도 더 끌기위해 그야말로 몸을 던져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전재산 헌납과 정무직공무원 재산의 백지신탁, 정치보복 금지 등 정치개혁방안을 승부수로 던졌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의 임기내 착공 및 현역병 복무기간의 단계적 감축안을 대응카드로 꺼내놨다. 서로 졸속공약이니 비현실적이니 흠집을 잡고는있지만 실제 실천에 옮겨질 경우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파장이 적지않은 공약들이어서 국민의 눈길을 끄는 효과는 충분하다. 특히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잇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요구를 둘러싼 각 후보진영의 행보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주목되는 상황이다. 10일에는 이.노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두번째 TV토론을 갖고 경제.과학분야에 대한 식견을 겨루고 정책대결을 벌이게 된다. TV토론의 효율적 진행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운동장 유세전보다는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접근 용이성 면에서 미디어 선거전은 훨씬 진전된 형태다. 1차토론의 경험을 되새겨 운용의 묘를 살리고, 후보들도 서로간 신경전과 인신비방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내실있는 토론이 되도록 힘써야할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투표일까지는 아직 열흘이나 남아있다. 그만큼 막판 변수도 많고, 살얼음판을 딛는 듯한 선거전의 판도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막판 금품살포나 관권동원, 지역감정 조장 등 과거에 보아온 과열혼탁 선거전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미 영호남 지역에서는 지역감정 동원을 둘러싼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인터넷상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은 상황이다.결국 성숙한 선거문화는 각 후보진영뿐 아니라 유권자들도 함께 만들어가야한다는점을 보여주는 실례다. 유권자들도 남은 열흘,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면 차분히 후보들도 살펴보는 한편 선거전이 혼탁으로 흐르지않도록 감시하고 스스로 유혹을 경계하는 자세를 다잡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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