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구 소련의 오브닌스크(Obnisk) 원자력발전소가 1954년 6월26일 오후 5시30분을 기해 가동된지 어언 51년을 맞아 그날을 회상하며 감개무량함과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요즈음 방폐장 부지확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이유도 어쩌면 인류 처음으로 1945년 8월7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면서 선보인 원자폭탄의 위력이 전 세계인에게 두려움으로 각인된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원자력이 인류에게 최초로 평화적으로 이용되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원자력관련 산업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쁜 모습으로 선보인 탓에 인류에게 기여하고 있는 크나큰 공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원전수거물부지 확보마저 20여 년을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반드시 현실을 직시하고 반드시 깨우쳐야 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원폭피해 당사자이며 에너지 자립도가 우리 보다 오히려 높은 일본이 이미 1992년에 100년분 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원자력에 대해 우리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앞서 가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얼마 후면 우리도 달라진 특별법과 지역지원 내용을 가지고 주민의 수용성과 투명성에 최대 가치를 둔 주민투표가 공고된 절차에 따라 시행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번에 시행되는 주민투표에는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더라도 대화와 토론을 거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된 모습으로 참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며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속담을 상기하면서 그동안 자기주장과 극한대립으로 갈등의 골을 빚었던 이 사업이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창국(changk@khn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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