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호프집 참사가 일어난지 3년만에 인천지역에서 또다시 사상자만 12명에 이르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일요일 새벽 인천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길목에 위치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투숙객 6명이 숨지고 소방관 등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화재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날 화재사고는 3년전 청소년들이 떼죽음 당한 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건과 비교해 볼 때 성격과 사고원인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의 경우 사업자가 청소년들에게는 금지된 술과 장소를 제공해서 일어난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으나 이번 북성동 여인숙 화재는 숙박시설의 투숙객이 변을 당한 것 정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숙박시설 화재의 경우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고 하겠다. 이날 화재와 함께 그 전날에도 강화도 여관에서 일어난 불로 1명이 숨져 이틀간 인천지역에서만 숙박시설 화재가 모두 7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집계돼 숙박시설의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북성동 여인숙 화재사건은 관련법규 미비가 부른 예고된 참사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어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우선 여인숙의 경우 인천에서만 400여곳 이상이 영업중이지만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관할구청 개설통보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데다 연면적이 적어 소방점검대상에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 화재가 일어난 여인숙 역시 70년된 2층짜리 목조건물내 16개 방에서 장기투숙객들이 생활해왔으나 출입구는 계단 하나가 전부였으며 화재자동탐지기는 물론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가 전무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이 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여인숙에서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일용직 근로자들이 장기투숙하고 있다 변을 당한 셈이다. 여인숙의 경우 오래전부터 호텔과 여관 등에 밀려 대부분 증·개축은 커녕 수십년전 시설을 그대로 이용, 장기투숙자들과 노숙자들의 월세방 또는 쪽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어야 마땅하다. 여인숙 뿐만 아니라 장애가족과 소년소녀가장, 홀몸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시영임대아파트를 찾아가 소화기라도 나눠줘야 다소 마음이 놓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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