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새벽에 발생한 인천시 중구 북성동 한 여인숙의 화재현장은 화재발생 이후 오후 늦게까지 소방관 100여명과 경찰관,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화재 진화작업을 하는 등 다른 화재현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소방서측은 여인숙의 정확한 장기투숙자 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미 숙박명부도 불에 타 흔적도 없는 가운데 전날 외출해 귀가하지 않은 장기투숙자가 몇명이며 추가로 투숙한 투숙객이 몇명인지 파악이 안됐다.
 
그러자 인천소방본부의 유일한 포크레인을 동원해 추가 매몰자 발굴을 한다며 화재현장을 순식간에 발칵 뒤집어놨다.
 
이날 낮 12시가 되자 포크레인은 현장 옆에 세워놓고 20여명의 소방관들은 제각각 삽을 들고 이미 뒤집어진 흙더미와 잔해 등을 일일이 파헤치면서 매몰자가 더 있는지 재확인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발견한 것이라곤 투숙객의 소유로 보이는 예금통장과 주민등록증 등 몇점의 유품에 불과했다.
 
소방서측이 포크레인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동안 전기안전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40대 남자는 현장 인근에서 “매몰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재현장을 마구 파헤쳐 전기로 인한 화재인지 화인을 찾을 수가 있을지 걱정된다”며 한탄조로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로 인한 화재인지, 다른 인화물질로 인한 화재인지 규명하기에는 매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결국 설사 당국에서 화인을 밝힌다 하더라도 이의가 전혀 없는 속시원한(?) 규명으로 인정될지도 의문시 되는 것이다.
 
소방서를 비롯, 경찰 등 화재원인을 밝혀내는 관계당국의 나름대로 조사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화재현장을 제대로 보존,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면서 추가 매몰자를 찾는 등 차분한 현장조사가 아쉽기만 하다. 화인을 밝혀내는 것은 화재예방을 위한 주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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