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2002한일월드컵대회에서 일군 4강 신화가 올해 10대 스포츠뉴스 가운데 톱으로 선정됐다.

연합뉴스가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에 의뢰해 실시한 10대 스포츠 뉴스 선정 투표를 집계한 결과, 월드컵 4강신화가 모두 1위표를 얻으며 10대 뉴스의 머리를 장식했다.

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불러일으켰던 `북한 신드롬'이 2위를 차지했고, 최경주의 미국 PGA투어 2승 달성과 거스 히딩크감독 신드롬이 3,4위에 올랐다.

21년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 라이온즈의 감동 드라마가 5위에 오른 가운데 김동성과 오노간에 빚어졌던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판정시비와 마라톤 영웅 손기정옹의 타계 소식, 한국의 부산아시안게임 종합 2위달성이 6~8위에 랭크됐다.

이밖에 아시안게임에서 만리장성을 뛰어넘은 남자 농구대표팀의 선전이 9위, 한국 타자로는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딘 최희섭의 성공스토리가 10위에 올랐다.

어느해보다 활발했던 남북한 체육교류와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퇴진, 여자골퍼들의 활약상 등도 올 한해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나 10위안에는 들지 못했다.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①한국 축구, 월드컵 4강 신화

= 2002년은 변방에 있던 한국축구가 중심부 진입의 신호탄을 올린 역사적인 해였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가 세계의 강호들을 제압하며 4강 신화를 일궈낸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스포츠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참패를 안겨줬던 네덜란드의 사령탑 거스 히딩크를 영입한 한국대표팀은 출범 중반까지 성적 부진에 따른 거센 비난 여론을 받으면서도 흔들림없이 체력과 조직력을 다져 나갔다. 월드컵 개막 직전 친선경기에서 강호 잉글랜드,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은 조별리그 D조에서 폴란드를 2-0으로 제압, 사상 첫 승을 달성했고 미국과 1-1로 비긴 뒤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마저 1-0으로 꺾으며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상승세를 탄 태극전사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16강에서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를 2-0, 8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연파하며 4강에 올라 뜨거웠던 초여름 `꿈의 구연'의 주역이 됐다.


②북한선수단.응원단, 아시안게임 신드롬

= 북한이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보낸 것은 민족화해와 함께 남북통일의 희망을 부풀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북한은 세계최장신 농구선수 리명훈과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영웅 계순희 등 전종목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선수단 31
8명을 파견, 가깝고도 멀기만 했던 남녘 땅에서 우정어린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리명훈을 비롯한 북한 선수들이 올린 성적과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대회 기간 내내남한 동포들의 관심을 모은 뉴스의 초점이었다. 북한선수들을 응원하러 내려온 여성 응원단 또한 빼어난 미모와 독특한 응원문화로 이른바 `북녀(北女)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카메라에 잡힌 채봉이와 황윤미는 온라인상에 팬클럽 사이트가 개설될 정도로 남한 남성들 사이에 인기스타로 발돋움했다. 남북은 이처럼 스포츠란 평화의 상징 아래에서 잠시나마 이념의 족쇄를 풀면서 하나됨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통일을 향한 작지만 큰 발걸음이었다.


③최경주, PGA투어 2승 달성

= `탱크' 최경주(32)가 세계 프로골프 별들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역사적인 2승을 올렸다. 한국인 최초의 PGA 멤버인 최경주는 5월 3-6일(한국시간)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잉글리시턴골프장(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첫 우승컵을 안았다. 이는 100여년이 넘는 PGA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이고, 동양인으로는 아오키 이사오(83년 하와이오픈) 마루야마 시게키(2001년 밀워키오픈)에 이은 세번째 PGA 무대 정복이었다. 최경주는 여기에 만족치 않고 9월 20-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의 이니스 브룩골프장(파71)에서 열린 탬파베이클래식에서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또다시 우승했다. 특히 최경주는 올해 출전한 27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과 함께 7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상금 랭킹 17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중단없는 '황색돌풍'을 예고했다.


④거스 히딩크 감독 신드롬

= 2002년 한국의 최대 화두는 '히딩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의 사령탑을 맡아 18개월간의 여정을 거쳐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루면서 정점에 달한 '히딩크 신드롬'은 우리사회 각 분야를 강타했다. 히딩크의 발자취를엮은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고, 경제계는 히딩크식 리더십, 히딩크 배우기 등 이름으로 그를 벤치마킹해 경영에 접목시키느라 분주했으며 6.13 지방선거 때도 히딩크 열풍이 몰아치는 등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각 매체도 히딩크의 고향 등을 앞다퉈 취재했고 심지어 그와 관련한 문제가 대학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메가톤급 신드롬은 그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히딩크는 학연.지연을 탈피해 능력위주로 인선했고 주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체력강화에 주력하는 등 소신과 원칙을 굽히지 않은 데다 팀내 화합과 의사소통을 최우선시한 끝에 4강의 기적을 연출했다. 그의 철학은 그라운드를 떠나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⑤프로야구 삼성, 21년만에 한국시리즈 제패

= 꼬박 21년을 기다린 우승이었다. 삼성은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영원한 우승후보'였지만 지난 해까지 무려 7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잘한다는 선수는 몽땅 데려오고 감독은 수시로 잘랐지만 도무지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시즌내내 잘했던 선수들은 10월만 되면 `새가슴'이라는 핀잔을 들어야했고 매년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던 구단 경영진은 겨울마다 쫓겨나는 상태였다. 그런 삼성이 올 한국시리즈에서 마침내 LG를 4승2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더욱이 삼성의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은 6-9로 뒤진 9회말 이승엽이 동점 3점홈런,마해영은 끝내기 랑데부홈런을 터뜨려 기적같은 10-9의 역전승을 이끌어냄으로써 프로야구 사상 가장 극적인 드라마로 꼽혔다. `7전8기' 끝에 삼성이 우승하던 날 대구구장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선수도 울고 프런트 직원도 울고 치어리더와 관중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가슴에 맺힌 한을 21년만에 풀어버린 삼성이 봇물터지듯 전성시대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⑥김동성-오노, 동계올림픽 판정시비

= 2002년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해로 기록되겠지만 가장 억울한 일로 시작됐다. 2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결승에서 김동성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에 현혹된 심판이 김동성의 반칙을 선언해 결국 오노에게 금메달을 뺏기고 말았다. 어이없는 편파 판정은 국민의 공분을 샀고 미국 한 토크쇼 진행자의 `개고기 망언'과 맞물려 분노는 반미 감정으로까지 표출됐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김동성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각계 각층에서 `진정한 승리자'라는 위로와 함께 모형금메달을 선사하고 격려금이 쇄도하는 등 `김동성 신드롬'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에의 공식 제소에도 불구하고 판정을 뒤집기는 커녕 국제빙상연맹(ISU)의 유감 표명도 공식적으로 듣지 못한 것은 한국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ISU 안에서 불명확한 쇼트트랙 규칙에 대한 의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돼 올 시즌부터 비디오판정이 도입되는 등 주목할만한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조금은 억울함을 달래준다.


⑦손기정옹 타계

= 월드컵 4강 진출과 부산아시안게임 종합 2위의 환호로 들떴지만 2002년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한국 스포츠의 큰 별이 졌다. 일제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패하며 대한 남아의 기개를 세상에 떨쳤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孫基禎)옹은 노환으로 10월15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몇 년간 신부전증과 폐렴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날이 많아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지난 세기 한국 스포츠의 거인이었던 고인의 죽음은 육상계는 물론 온 나라를 비통함에 젖게 했다. 특히 떠날 때까지도 정신이 또렷할 때면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등의 근황을 챙길 정도로 깊었던 마라톤 사랑은 후배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됐다. 남은 이들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통해 식민지 치하에 숨죽이던 민족에 희망을 안겼던 고인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했다.


⑧한국, 부산아시안게임 종합2위

= 한국은 16년만에 홈에서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대회 최고의 성적으로 `숙적' 일본을 따돌리고 아시아 스포츠 2인자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북한의 국내 종합대회 첫 출전으로 더 관심을 모았던 부산대회는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동시 채화된 통일의 불꽃 등 44개 참가국의 성화가 9월29일 하나로 합쳐져 점화됐고 선수들은 이 불꽃 아래 16일간의 숨가쁜 레이스를 펼쳤다. 94년 히로시마대회때 일본에 종합 2위 자리를 내줬던 한국은 98년 방콕대회에서 재역전에 성공한 뒤 다시 4년만에 개최된 부산대회에서 금 96, 은 80, 동메달 84개로 금메달 44개에 그친 일본을 제치고 2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80개를 초과 달성했고 86년 서울대회때의 93개보다 3개나 많은 금메달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려 아시아 스포츠 무대에서 중국에 이은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외환위기 후 체육계 전반에 걸친 조직 축소와 아마스포츠에 대한 관심 부족속에서도 세팍타크로와 펜싱, 럭비, 보디빌딩, 정구 등 소외종목 선수들이 종합 2위 달성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은 더욱 값진 성과였다.


⑨남자농구, 아시안게임서 만리장성 격파

= 한국 농구가 20년만에 '만리장성' 중국 장신 군단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10월14일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 대회 5연패를 노리던 중국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2-100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반을 36-49로 뒤졌던 한국은 경기 종료 22초 동안 5득점, 90-90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연장전에서 3점슛을 터뜨리며 우세를 잡아 역전승에 성공했다. 서장훈과 김주성은 더블 포스트로 나서 미국프로농구 1순위에 지명됐던 키 226cm의 야오밍을 꽁꽁 묶었고 현주엽은 연장전에서 장신벽을 뚫고 과감한 골밑슛을 성공시켰으며 선수들은 막판 4쿼터 6분을 남기고 체력저하에도 불구, 전면 강압 수비로 투혼을 불살라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1년 동아시아대회에서도 중국을 이겼던 한국은 이번 금메달로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확인했고 중국의 고공타워도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⑩최희섭, 한국타자 첫 메이저리그 진출

= `빅맨'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미국프로야구 진출 4년만에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최희섭은 99년 고려대 중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에서 장타력과 함께 1루수로 빼어난 수비실력을 뽐내며 컵스 팀내최고의 유망주로 꼽혀 빅리그 입성이 일찍부터 점쳐졌다. 결국 최희섭은 시즌 후반기인 9월4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7회초 대수비로 출장함으로써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최희섭은 빅리거 승격 후 24경기에서 50타수 9안타(타율 0.180)에 4타점, 6득점에 그쳤지만 홈런 2개를 쏘아올리며 거포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 내년 시즌에도 주전 1루수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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