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경제용어 가운데 하나인 워크아웃은 일종의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으로 기업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부채상환을 유예하거나 빚을 탕감해주며 필요에 따라서는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기업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돼 신용불량자들로 하여금 갱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자율협약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개인 워크아웃의 지원 대상자는 기업만큼이나 까다로워 최저생계비 이상의 월 고정 수입이 있는 사람 가운데 휴업이나 부도, 질병, 사고, 빚 보증 등 일시적 상환불능 상태에 처한 신용불량자라야 한다. 이 또한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심의와 채권 금융기관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과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실효성에 의문을 갖거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과중채무자, 다중채무자에게도 일정수준 갱생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크게 우려되는 점은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채무의 고의적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어 사회적으로 신용혼란을 가져오고 개인 스스로들 도덕적 해이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정치권에서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 자격을 놓고 선심성 발표를 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신청자 추이를 봐가며 필요할 경우 자격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했으나 정치권은 이 제도가 시행된 지 2개월여만에 지원 대상자 자격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252만명의 신용불량자 이외에 앞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상당수 사람들에게 빚을 갚지 않고 버텨보자는 기대심리를 낳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선심성 발표로 근본 취지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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