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그의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 유엔이 지난 48년 12월10일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 내용이다. 이 선언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야만적인 전쟁으로 기록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방파제로서 모든 인간이 기본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유엔이 54년전 채택한 것이다. 오늘날 2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된 이 선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권문서로 국제 인권법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수많은 국제조약과 선언의 모델이 됐으며 여러 나라의 헌법과 법률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선언 이후에도 세계의 인권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채 이어 벌어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세계 여러나라의 제국주의적 침탈행위 등으로 수많은 민중들은 독재권력의 폭압과 원치 않는 전쟁으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73년 세계인권선언일이 정부 주관의 기념일로 채택됐으나 당시는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을 통과시키고 장기 독재체제로 들어서는 길목이어서 세계의 이목을 고려한 눈치보기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인권현실은 군사독재체제에서 민중의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선포된 계엄령과 긴급조치의 서슬퍼런 억압에 놓이게 됐다. 당시 선개발 후분배라는 개발논리에서 장시간 저임금노동에 시달린 노동계나 민주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다 구체적으로 인권이 거론된 것은 지난 87년 6월항쟁이 있고 나서였다. 우리의 인권현실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미군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리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0일 54회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2002 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국가가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해서도 안되지만 외국 군대에 의해서 취해지는 인권침해는 더더욱 안될 말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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