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고급화와 맞물려 명품 선호추세로 진짜같은 가짜 명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과소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다. 여성들의 명품선호 심리를 파고드는 가짜 핸드백에 이어 술집 등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가짜 양주, 노래방 등에서 잘팔리는 맥주의 모조품, 골퍼들을 속이는 가짜 골프채 등 가짜 명품들이 해외에서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니 정말 걱정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한동안 세계적 명품의 모조품을 제조해 외국관광객들에게 팔거나 수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적이 있지만 어느새 이젠 해외 가짜 명품의 소비시장이 됐다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관세청이 올 10월까지 가짜 명품에 대한 단속을 편 결과 약 2천300억원 규모 거래를 적발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얼마정도의 가짜 명품이 수입돼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최근 관세청이 가진 진짜가짜 상품전시회에는 의류, 가방, 신발류, 완구류, 양주, 시계, 보석, 골프채, 전자계산기, 비아그라 등 1천여점과 농·수·축산물 및 한약재 200여점 등 모두 1천200여점의 진짜와 가짜 상품이 비교전시됐다. 특히 국내에 유통되는 가짜 제품의 브랜드는 구찌·까르띠에·나이키·뤼이뷔통 등 63개 제품중 54개는 외국에서, 9개 제품은 국내에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더구나 명품 브랜드의 경우 시계와 가방 등은 정품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유명골프채의 경우는 거의 정품과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명품을 갖고 싶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각성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근본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가짜 명품이 판을 친다면 그 해약은 하나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짜 명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제 통상분쟁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국가신인도 하락까지 이어질 게 뻔하다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단속을 해두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브랜드 가치가 없어서 그렇지 국내 관련제품도 상당한 기술수준에 이르렀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어서다. 하찮은 가짜 명품수입에 비싼 외화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 각성해 볼 때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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