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의 화합과 우정을 다지게 될 제16회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D-10을 남겨놓고 있다.

북한을 포함해 아시아 45개 국의 선수와 임원 3천여 명이 참가하게 될 이번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북한의 참가를 통해 남북 스포츠교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사건으로 기록되는 것은 물론 인천을 평화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회는 단순한 대회차원을 넘어 동북아 중심도시로 부상하는 인천의 앞날을 가늠하게 될 비즈니스의 장으로 인천이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그 위상을 드러낼 중요한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편집자 주〉

 

◇아시아육상대회의 역사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필리핀 육상경기연맹 회장 조세핀 C. 세링이 아시아 육상팀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1973년 필리핀 마리카나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해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아시아육상경기연맹 헌장은 1974년 8월 로마에서 개최된 제29회 국제육상경기연맹 총회에서 승인받음으로써 비로소 국제대회로 인정받게 됐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1973년 제1회 필리핀 마리카나 대회를 시작으로 2년 뒤인 1975년에 대한민국 서울에서 제2회 대회가 개최됐다.

이후 일본,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을 돌며 200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5회 대회까지 30여 년 간 아시아 국가들의 우호증진과 아시아육상 발전에 기여해 온 아시아 최대의 육상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인천은 지난 2003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육상경기연맹 총회에서 레바논을 17-15로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제16회 대회유치에 성공했다.

 

◇개·폐회식과 성화봉송, 마스코트

인천시는 대회 마스코트 `인스피(Inspee)'를 공개했다. 개최지 인천의 영문표기인 `Incheon'과 빠르기를 뜻하는 `Speed'의 합성어인 인스피는 학을 형상화해 매끈하고 날렵한 이미지로 아시아를 넘어 비상하는 인천의 모습을 부합시켰다.

개·폐회식 행사는 아시아인의 자존과 위대한 문화를 확인하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선수, 인천, 대한민국과 아시아인의 의지를 담아내게 된다.

오는 31일 오후 6시부터 3시간여 동안 `밝아오는 동녘(Rising Asia)'을 주제로 펼쳐질 개회식은 1천710명이 동원돼 아시아에 소속된 모든 국가들이 인종, 종교, 성, 문화, 이념을 넘어서서 모두가 화합하는 힘찬 태동을 그리게 된다.

특히 대회 개회식에 참가할 북측 선수단이 남측 선수단과 합동으로 입장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북측 응원단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한 번 남북 화합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감동적인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4일 오후 6시30분부터는 폐회식이 `미래를 여는 문(Gateway toward the future)'을 주제로 780여 명이 출연해 우정의 연결, 빛의 물결로, 돛을 올려라, Cheer up 인천 등 다양한 주제별 행사를 펼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된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1월~2월까지 개·폐회식 연출을 공모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과 모두 2천490명의 출연진을 섭외해 다음달 말까지 출연진의 리허설을 갖는 등 대회 개·폐회식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또한 성화는 오는 29일 강화군 마니산에서 채화돼 31일까지 3일간 인천을 돌며 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성화봉송 거리는 200.8㎞로 군·구별로 선정한 봉송 주자 530명을 통해 10개 군·구 69개 구간으로 인천전역에 성화를 전달하고 각 군·구는 성화맞이 축제행사를 열어 시민들의 관심과 대회 열기를 고조시키게 된다.

이밖에 참가국간의 문화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전통문화와 외국 문화예술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한다.

 

◇아시아 육상의 수직 상승, 한국은 아직도 침묵 중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은 레슬링과 유도, 태권도 등 격투종목과 전통적 메달밭인 양궁과 배드민턴 등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9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육상, 수영 등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이른바 기초종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세계스포츠 강국들은 물론 이웃 국가인 일본과 중국에 뒤쳐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기초종목의 사회적 저변이 넓은 일본은 육상과 수영에서 모두 금맥을 캤고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도 국가차원의 집중적인 투자로 이미 기초종목에서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지 오래다.

특히 동양인들에게 금기라고까지 불리던 육상 트랙경기에서 중국과 일본의 약진은 한국에게 기초종목 육성의 필요성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육상트랙 110m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며 세계 타이기록을 세운 중국 리우시앙과 여자 1만m 금메달리스트인 싱 후이나, 일본 최초의 헤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인 고지 무로후시가 이번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타 국제대회와 겹쳐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 아쉽게 됐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육상을 대표하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2∼3진급 선수들이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의 실력도 1진급에 버금가는 것이어서 메달을 기대할 만한 기대주가 없는 한국은 자칫 2∼3진급에도 밀리는 수모를 당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 육상은 한국과 날로 그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아시아 100m 최고기록은 일본의 이토 고지가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0초F이며 중국의 110m 허들 신기록은 류시앙이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운 12초 91로 세계 타이기록이다.

한국의 100m 최고 기록은 지난 1979년 서말구 선수가 세운 10초34이며 이 기록은 1930년대의 세계 기록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 육상은 타고난 신체조건 외에도 국력과 기술력으로 기록에 도전하는 그 나라의 스포츠 과학 경연장이 돼 가고 있다.

단순한 우수 선수의 육성이 아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한 투자만이 한국육상의 흐름을 세계 수준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육상의 현실을 정면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육상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육상대회의 본질을 잊고 자칫 북한 선수단 참가나 다른 행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한국육상의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항 이래 처음으로 국제규모의 대회를 치르는 이번 대회는 현재 인도 뉴델리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2014년 아시안게임의 리허설 성격으로서 대회 개최만으로도 그 가치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현대인들의 최대 화두인 `건강'의 한 방법으로 육상과 같은 기초종목의 중요성을 강조해 웰빙 열풍과 맞물린 생활스포츠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육상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육상은 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종목인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육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을 것”이라며 “모든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 대회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기간은 10일.

아시아인의 시선이 인천으로 집중되고 있는 만큼 성적 고하를 떠나 최고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260만 인천시민의 의지와 역량이 필요하다는 게 인천시와 체육회에 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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