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합종연횡은 어디까지 진행이 될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미 기간산업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우리의 자동차 산업도 소유권은 넘어가서 순수한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현대 및 기아자동차만 남게 되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국가간의 의미가 더욱 희석돼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세계화, 다국적화가 가속화 되면서 순수한 국내 산업으로 치부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는 인사도 있지만 원천기술의 확보 측면에서, 소유권의 확보 측면에서 국내의 자동차 산업의 확보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국내의 자동차 생산 기술 및 자동차 자체의 기술수준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진전돼 선진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나 미래 자동차 기술인 하이브리드 기술, 연료전지 기술 등 첨단 기술의 경우는 선진국과 비교해 약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보편적인 일반 기술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단기간에 도달할 수 있으나 첨단 기술의 경우 기반 기술의 확보가 되지 않고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의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에 의한 일반적인 차량을 대신해 엔진과 축전지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미래의 한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최후의 무공해자동차로 확실하게 평가받고 있는 연료전지 자동차의 관련 기술은 물론이고 이미 시작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에 대한 준비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미 199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물론이고 혼다자동차, 닛산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작년 11월 현대자동차가 시험모델인 `클릭하이브리드' 모델 50대를 환경부에 시험납품한 것이 전부이다.
 
올해 후반에도 `베르나하이브리드'를 약 350대 정부에 납품할 예정으로 있으나 완전한 상용 모델로 나오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내년 후반기 국내에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출시할 예정으로 있으나 역시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모델과 비교해 얼마만큼의 우위적 특성을 보유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미국의 이른바 빅3, GM, 포드 및 클라이슬러를 비웃듯이 길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제도적으로도 `하이브리드 시대'에 걸맞는 자동차 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어 타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의 고속도로의 전용 버스차선과 유사한 2인 이상이 탑승해 달려야 하는 구간에 하이브리드 차량은 마음껏 달릴 수 있으며, 연간 세제 혜택도 수백만 원 이상 하이브리드 운행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만큼 하이브리드 시대에 대한 대비책이 완벽하게 시행되고 있어 타국의 시험 모델이 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이러한 차량이 한대도 운행되고 있지 않아 언급하기에 서두르는 감이 있으나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및 환경은 철저하게 준비되고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자에게 주는 혜택은 정리가 되었는지도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빅3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있으나 일본의 수준에 비해서는 여러 가지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어서 당분간 시장에 대해 쳐다보고만 있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8월 국내에 출시되는 도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고급 차량에 또 하나의 첨단 기법을 가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앞서 혼다자동차도 이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 인증을 받고 시험운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당분간 국내 시장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 하이브리드 시장을 내어줄 상황이다.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산·학·연·관이 함께 연구하고 체계화해 개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인 현대기아자동차도 온 힘을 다해 분발해야 한다. 적지 않은 국내 시장을 외국 메이커에 내어놓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분발하자!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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