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아시아육상연맹 관계자들이 연인원 20만여 명이 다녀가며 역대 최고의 규모로 치러진 `아주 만족할만한 대회'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것은 외형적인 부분의 칭찬일 뿐 내면을 들여다보면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대회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기간 내내 준비인력과 내용면에서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언론 관계자들 입에서 오르내렸으며 일부 조직위 관계자들조차 조직위 구성에 관해 “앞으로는 어떤 행사를 치르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회운영 곳곳 허점 노출 = 조직위는 대회 첫날부터 대회운영, 경기진행 등에 걸친 총체적인 미숙이 드러나 대회 준비에 내실을 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 방송사 언론인은 “큰 행사에서는 여러가지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 실수들이 육상경기 자체에 해당한다면 이는 대회준비의 소홀”이라고 말했다.

대회 첫 날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들은 트랙 경주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를 누가, 어떤 종목에서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관람을 해야 했다.

투척경기와 도약경기는 경기의 특성상 선수들의 기록이 바로 화면에 게시돼 선수는 물론 관중들에게 기록경기의 박진감을 더해 주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안타까운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온 하루였다.

여자 100m 예선이 벌어지고 있던 3시께에는 북측 청년학생협력단은 입장 후 경기진행과 상관없이 음악을 틀고 율동을 선보여 출발신호가 중요한 단거리 경기를 앞두고 경기가 10여분간 지연되는 소동이 있었다.

또한 조직위 측이 우승선수 기자회견을 통역 없이 진행시켜 많은 언론들의 항의를 받은 일과 장거리 경주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상식을 강행해 뛰고 있는 선수들과 메달 수상을 위해 나가는 선수들이 충돌할 뻔한 일 등은 가볍게 봐넘기기 힘든 대목이다.

대회 3일째 열릴 예정이던 남자 800m 준결승이 마지막 날로 연기된 이유나 일정이 관중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일부 관중들이 기자들에게 이를 문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회가 4일째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회가 반환점을 도는 둘째날까지 조직위 측은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시안게임 유치를 앞두고 세밀히 점검해야 할 사항이다.

▶조직위 운영 삐걱 = 지난해 5월 아시아육상조직위 발기인대회를 가지며 구성된 조직위는 시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각 분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그러나 대회 기간 동안 조직위는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와 일을 서로 타부서에 미루는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등 조직위의 구성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뒤늦은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회기간 동안에 파견 공무원들로만 급조된 종합상황실은 일부 경기의 변동사항이나 선수들의 입·출국에 대한 상황파악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조직위 국제협력팀은 아시아육상연맹 총회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각 언론의 요청이 있은 이후 당일에 자료를 만드는 등 조직위 또한 각 부서간의 업무 범위를 각자가 최소한으로 잡으려 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습들을 소속감의 부재와 구성원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솔직히 민간인과 공무원 사이에 일을 처리함에 있어 공동의 목표를 두고 일한다는 것으로는 괴리감을 털어 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회 이후 조직위가 해체되면 다시 보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조직의 힘을 응집시키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잠시 파견 나온 공무원들에게 본래 자기 부서처럼 능동적으로 일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매끄럽지 못한 조직위의 운영은 대회전체에서 드러난 크고 작은 실수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상수 시장은 이번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아시안게임 유치의 교두보로 삼고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이를 `일거리의 증가'로 여기는 공직자들이 존재하는 한 어떤 행사든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이번 대회를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