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만약 북한이 폐연료봉 봉인이나 핵시설 감시 카메라를 제거할 경우 "유엔안보리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 경고로서 강도가 떨어짐은 사실이다.하지만 유엔안보리가 개입할 경우 북핵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간 정면 대결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이 이 문제에 개입,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엘바라데이 총장의 경고는 북한 제재를 목적으로 하는 안보리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적 제재를 자청하는 모험적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아직 핵무기제작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 때문에 전력 생산이 필요하며 따라서 문제의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네바합의의 파기와 관련, 아무리 미국측의 책임 부분을 강조한다 할지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측의 합의 파기를 비난하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만약 핵시설의 봉인과 카메라를 제거한다면 이는 즉각적으로 핵무기 제조로 가는 적색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되어 국제사회의 확실한 대응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군사행동 불가론에 빠진 나머지 어느 정도의 모험주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믿는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의 극단행동은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역시 극단적인 행동을 불가피하게 강요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험적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과 파국을 가져올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은 도박의 영역이다.

북한의 위기 고조 전략 앞에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에 관해 새로운 주장들이 나오고 있음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둘러싼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고있다고 비난하면서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내정된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도 긴박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여야 중진의원들의 주장은 "대화 없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모순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한다.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긴장이 고조되면 비록 실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로 인한 온갖 부담이 우리에게 넘어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에는 핵동결 해제, 봉인과 카메라 제거와 같은악수를 거듭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며 미국에는 핵확산 방지라는 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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