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1위라는 얘기는 이제 더이상 놀라운 얘기는 아니다. 최근 이 기록이 유지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교통예방을 위한 계몽이나 교통시설 개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효과가 없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이다.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근본 치유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산이 적재적소가 아닌 필요 없는 곳에 사용될 수도 있고 예산 자체가 적지 않은 지도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의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은 다른 성인의 사고와는 다른 충격의 강도가 크고 후유증도 심각하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80% 정도가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집과 학교 근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 지역에 대한 교통 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보면 `어린이보호구역(스쿨 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는 시속 30km 이내로 운행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은 전국 8천군데 정도이며, 내년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이 포함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법적으로 이러한 지역이 지정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들을 위한 보호영역이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으나 문제는 실제로 지켜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무작정 그 영역을 넓히기 보다는 실제로 지키는 효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역 확대보다는 어린이보호구역의 현황을 파악, 분석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부터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운전자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아예 모르거나 의미를 알더라도 어디가 이 지역인지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구역 표시에 대한 시설에 문제가 있고 운전자 또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최악의 사망률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좋은데 과연 이 구역이 그러한 구역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표지판은 어디엔가 조그마하게 있고 그나마 가로수 등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또 신호등하며, 안내판 등 유사한 것들이 많아 어느 것을 보아야 하고 볼 것도 많다. 그것도 운전 중에. 이렇다면 선진 외국과 같이 구역에 가까이 오면 도로 바닥의 색깔을 컬러로 칠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인지시키고 속도 방지턱 등을 집중적으로 설치해 속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속도도 문제이다. 어떤 도로는 시속 80km로 달리다가 갑자기 30km 이하로 낮추거나 하며, 60km에서 낮추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운전해 본 사람은 모두 인지하게 마련이다. 갑작스럽게 50% 이상의 속도를 낮춘다는 것이 운전상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따라서 필요하다면 보도와 차도의 경계 철책을 설치해 완전히 분리시키기도 하며, 표지판도 별도로 다른 것과 차별화되게 제작 설치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운전자들의 안전교육도 내실화가 있어야 한다. 항상 지키는 마음을 가지도록 지속적인 계몽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정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차량정지선도 마음에서 우러나와 정지해야 하며,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절대 속도를 낮추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교육 효과가 나오는 데에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하게 진행해야 한다. 카파라치나 보상금과 같은 시대에 뒤진 개념보다는 일반인 한사람, 한사람에게 교통안전 의식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식에게 교통안전 의식을 주지시켜야 한다. 특히 몸소 지키는 습관을 보여주도록 하고 그 위험성과 차량이 오면 피하는 방법도 숙지시켜야 한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한 교육수단이란 것은 재삼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의 노력은 모두가 함께 해야 효력을 볼 수 있다. 열심히 한다면 머지않은 2~3년 이내 자리를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어린이 교통사고 없는 선진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존재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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