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 유세전도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고갈 16대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대선 투표일 앞에 선 주요후보들의 득표전도 마지막 정점에 올라섰다. 선거전이 막바지라는 분위기도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3회에 걸친 주요 후보들의 TV토론을 마무리짓는 사회.문화분야 토론에선 종반쟁점으로 부상한 행정수도 이전, 북핵대응, 교육대책 등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고, 부유하는 표심을 겨냥한 폭로비방전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매표공작과 흑색선전 등 가장 저열한 형태의 선거전이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평가가 있지만 무엇보다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살포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과거의 선거전 양태에서 상당부분 벗어난 것만으로 진일보했다고 인정할만하다. 수만-수십만의 동원청중들로 유세장을 메우며 바람몰이식 세력과시 경쟁을 해온 구태가 사라지고 대신 미디어선거전이 자리잡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대선전 초기 고개를 들었던 저질 폭로비방전이 유권자들의 차가운 반응 속에 슬며시 뒤도 물러선 것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비록 실현성과는 거리가 먼 장밋빛 공약만이 남발된 인상도 짙지만 득표전의 전면에 등장한 후보들의 정책 경쟁도 앞으로 소중히 키워나가야할 우리 정치의 작은 새싹으로 보듬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하루빨리 털어내야할 구시대적 행태도 여전했고, 통신망의 급속한 발전 등에 따른 새로운 문제점의 등장도 목도됐다. 수도권 공동화론이나 전쟁평화론 등 국민의 불안심리를 겨냥한 협박성 선거전이나 교묘한 형태의 색깔론과 지역감정, 사이버공간상의 폭력, 중간지대를 인정하지않는 양분법적 선택의 강요 등이 그런 것들이다. 후보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자성을 함께 요구하고 있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나마 분명한 문제 제기와 해법 모색이 있어야할 것이다.특히 언론의 입장에서도 진지한 자성과 냉정한 사후평가가 있어야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 이번 대선보도에서 중립성과 객관성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여론조사들은 그냥 일과성 지적으로 흘려보낼 일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기능과 책무에 대해 언론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이제는 정리해야할 시점이다. 후보들도 그렇고 유권자들 또한 그렇다. 투표를 앞두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겸허하고도 차분하게 행동을 정리하고, 생각과 판단을 정리할 때다. 한표의 초조함에 쫓겨 그야말로 악마와 손을 잡는 막판 검은 득표전으로 선거전에 흙탕물을 끼얹거나, 푼돈에 끌려 자신과 후손의 장래를 팔아버리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지않도록 마지막까지 스스로 경계해야할 때다. 눈앞의 선거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날들을 각 후보 진영과 유권자가 함께 멀리 내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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