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모터스포츠의 발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를 통해 새로운 첨단 기술의 시험장이 됨은 물론 선진 레저 문화의 장터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선진 각국은 이미 모터스포츠도 활성화돼 다른 분야의 경제에 시너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에다 지역적 특색을 살린 먹을거리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특성을 고루고루 나타내어 지역사회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즉 자동차 산업의 수준과 걸맞는 자동차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균형 있는 자동차 관련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 6위의 생산대국이면서 최근 세계 각국에서 우리 자동차 우수성을 널리 선전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 쪽 측면인 자동차 문화의 선진화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경주 이른바 모터스포츠는 소규모로 단발성 행사에 그치기 일쑤이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적 특성을 벗어나 전국적인 대회가 되기에는 역량도 부족하고 지역 행사로서의 의미만 부각되고 있다.
 
선진 외국의 경우 모터스포츠 행사는 경기 자체는 물론이고 주요 관련 이벤트에 가족 및 친지까지 함께 즐기면서 건전 레저 문화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전국의 여러 경기장 중 지역적으로 가장 우수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기도 안산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챔프카 대회가 개최된다고 해 많은 자동차 관계자에게 큰 희망이 돼 왔다. 안산은 지역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과도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도 하고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로서 모터스포츠가 개최되기에 가장 적절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특히 챔프카 대회 개최를 위한 경기장의 위치가 시청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어 관람객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가장 좋은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전국의 지자체들은 지역적 특색에 맞는 특화 산업을 지니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산 챔프카 대회는 이러한 의미에서 특화 산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안산 챔프카 대회가 준비 미비로 내년으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약 두 달 전부터 이 대회의 자문을 했던 나에게는 매우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연초에 서울시에서 유치해 진행하던 이 대회가 경기장 부지 문제로 무산돼 이번 안산대회 유치가 모터스포츠 발전에 큰 기회가 된다는 판단을 했던 본인으로서는 더욱 아쉬움을 갖게 하는 소식이었다.
 
더욱이 큰 문제는 이번 안산 대회 무산으로 국제적으로 받을 신뢰 추락은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모터스포츠의 중흥을 위한 불씨로 삼고자 했던 안산 챔프카 대회의 무산은 상당 기간 동안 후유증으로 고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 대회를 원만히 치르기 위해서는 주최측의 철저한 준비가 가장 우선시 된다. 주 경기를 협찬할 기업은 최소 1년 전부터 선정해야 하며, 주 경기를 보조할 각종 보조 경기 일정 및 각종 이벤트 일정, 그리고 경기와 더불어 브레인 역할을 수행할 각종 세미나 및 포럼 등 성공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각종 행사를 위한 지원 인력 및 봉사 인력, 특히 예산의 준비는 원만한 대회를 위한 초석이 된다. 그리고 각종 시민단체와 지자체 및 주관사와의 연계 및 협조는 대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시민단체는 대회를 통한 장·단점 및 문제점을 철저히 검증하고 확인해야 하며, 지자체 당국은 주관사와 함께 행사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을 면밀하게 확인해야 하며, 홍보 및 계몽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주관사와의 협조에 이상이 없는 가를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주관사는 수익에 앞서 지역발전에 공헌을 한다는 책임과 의무를 깨닫고 대회의 개최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익은 이러한 역할을 통해 대회가 원만히 진행됐을 경우 피드백 요소로 작용, 여유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번 안산 챔프카 대회에서는 상기한 여러 준비 요소 중 몇 가지가 준비됐을까? 특히 내가 자문을 하면서 몇 가지 핵심적인 사안을 제안하고자 했으나 제안을 받을 만한 준비자세가 전혀 없었던 점은 매우 아쉬웠음을 밝혀둔다. 안산 챔프카 경기장은 이미 90% 이상이 완성돼 F1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국제 규격의 국내 유일의 경기장이다. 인프라 구축도 시간문제인 만큼 얼마만큼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깔끔한 포장을 해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분발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