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방과 흑색선전을 자제해 후유증없는 축제의 한마당을 이루자는 중앙선관위의 당부는 어디로 갔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또 다시 우리 대통령이 상처투성이의 대통령이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또한 최근 후보자들마다 표를 모으기 위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는 측면도 없지 않은 듯 하다. 이처럼 쏟아지는 공약, 홍수같은 선거정보 속에도 흔들림 없이 정신을 차릴 사람은 다름 아닌 유권자다. 선거판이 어지러울수록 유권자의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거분위기도, 선거결과도, 선거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창출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라고 본다. 이제 내일 모레면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온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 볼 이번 대통령선거가 별 탈 없이 끝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역시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종전의 선거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각 정당은 선거때마다 그럴듯한 이슈를 내걸고 공약도 발표하지만 실제 선거전략과 행태는 오로지 지역감정에 의지하는 것에서 한뼘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선거 결과는 지난 여느 선거때와 마찬가지로 한번의 예외없이 칼로 잰 듯한 지역분할로 나타나고 있다. 크고작은 선거법 개정만 수십차례나 있었지만 저질 선거판의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중앙선관위가 엊그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선기간 동안 흑색·비방전이 난무, 선거분위기가 혼탁·과열되고 있다고 보고 당일인 19일까지 24시간 비상감시체제를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이기간 동안 적발된 위법행위는 지난 3월부터 15일 현재까지 단속된 불·탈법 선거운동이 모두 856건에 이르며 이중 고발 80건, 수사의뢰 115건, 경고 487건, 주의 175건, 이첩 8건이 각각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기간에 이뤄진 불·탈법 선거운동은 전체 적발건수의 71%인 606건에 달해 지난 15대 대선 당시의 209건에 비해 무려 3배 가량이 늘었다고 하니 불·탈법 선거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는지 짐작이 간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을 찬찬히 뜯어보고 어느 후보가 진짜 국민을 위해 일할 참일꾼인지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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