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와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역 주민들의 아낌없는 사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과연 일등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수준까지 올라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반해 해외 경제성장국들의 기업에 대한 둘도 없는 동지의식은 그 나라의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끄는 막강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을 키운 그들의 지자체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시당국의 기업살리기, 기업은 영원한 향토기업으로 보답 = 폴크스바겐의 고장 볼프스부르크시는 베를린 서쪽 고속철도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인구 30여만 명의 도시다. 도시 전체가 세계 4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폴크스바겐의 수십개 공장들로 가득 차 있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다.

1990년대 후반 볼프스부르크시의 일자리 중에서 폴크스바겐과 직접 관련된 것만 60%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0년 폴크스바겐의 어려움이 찾아온다. 90년 동서독 통일과 함께 거품이 빠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것.

폴크스바겐도 당연히 위기에 빠졌다. 일자리가 2만 개나 줄고, 지역 실업률이 9%에서 17.2%까지 치솟았다. 폴크스바겐에서도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국외로 공장을 이전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때 팔을 걷어붙인 게 바로 노조와 경영진, 그리고 시당국이었다.
  볼프스부르크시는 폴크스바겐이 경영활동을 하는 데 일체의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3자 협력모델을 만들었다. 그 합의의 산물이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다.

시당국의 기업지원 프로젝트인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성과는 눈부셨다. 프로젝트 기간인 6년 동안 100여 개 기업을 더 유치하고, 200여 기업의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7천500여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했다.

시 전체의 새로 생긴 일자리는 2만3천여 개에 달했으며, 실업률은 8%로 급격히 떨어졌다. 시당국의 주도로 진행된 지역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결국 시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프로젝트가 됐다.
 
▶창업자의 이름은 곧 시민의 브랜드 = 미국 미시간주 서부에 위치한 에이다시는 인구 18만 명의 전형적인 미국의 중소도시.

에이다시는 대부분의 공공건물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 호텔, 병원, 체육관 등에는 모두 `디보스'나 `엔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디보스와 엔델은 에이다에 생산공장을 둔 암웨이사의 공동설립자 리치 디보스와 제이밴 엘덴 가문에서 따온 이름이다.

1959년 암웨이가 설립되면서 별 볼일 없던 농촌 도시 에이다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공동체로 변화해 갔다. 암웨이는 우리나라에서 정서적 반감이 있는 다단계 판매중심회사다.

디보스와 엔델 두 창업가문이 4개 계열사 지분을 정확하게 양분하고 2세들이 사이좋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미국기업으로서는 무척 이례적인 모습이다.
 
▶경제살리기에 뒷다리 잡기는 없다 =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있는 정부 청사 `윌튼 파크하우스'에는 외국 기업 유치 업무를 위해 민간 로펌인 `휘트니무어 앤드 켈러'와 민간 외자유치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입주해 있다.

한국에서라면 `정경유착'은 물론 특혜시비에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들끓겠지만 아일랜드 정부와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또,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을 하는 기업에 대한 낮은 세금 부과로 인텔, MS, IBM 등 세계적인 기업 1천여 개를 유치해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하게 올라섰다.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구 13억의 중국이 2004년 한해 투자한 외자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 맞먹는 570억 달러.

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 중국의 힘에는 기업의 활동을 최우선 정책으로 생각하는 중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외국계 기업 임원이나 기술자들에게 `그린카드'를 발급해 자국인과 같은 혜택을 주는 등 외국인 인재 및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남동부 앨라바마 주 정부가 몽고메리시에 현대자동차를 유치하기 위해 펼친 지원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현대차의 공장 설립 대가로 부지매입 비용 3천400만 달러, 공장용수 및 하수처리 시설비 2천100만 달러, 진입로 건설비 1천500만 달러 등 초기 공장 설립에 필요한 비용 1억2천800만 달러 전액을 부담했다.

또 공장 설립후 세금도 면제해 주기로 해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은 20년간 6.5%에 이르는 법인세(2천900만 달러)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국내 각 지자체도 뛴다 = 기업유치를 위해 발로 뛰는 지자체 중 대표적인 지자체가 충청남도다.

충청남도는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까지 천안과 아산에 총 20조 원을 투자해 LCD산업단지(크리스털밸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과학산업과에 디스플레이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불편 없이 생산과 수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총력지원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를 충남에 유치하기 위해 아산 탕정을 신발이 닳도록 쫓아다녔다는 충남도청 삼성지원팀의 이재원씨는 “산업단지 계획에서부터 허가까지 13개 월 만에 마무리를 지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부산에서는 지난 4월 `향토기업사랑부산시민연합'이 결성됐다.

이 단체에는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 기업인, 예술가, 학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여해 `향토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작은 힘을 모아 나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향토기업 사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지역 내 공장이 있는 해태유업이 부도를 내고 올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매달 첫째 주 금요일을 `해태의 날'로 정하고 우유 마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시민단체는 향토기업 살리기가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작년 연말부터 `SK(주)주식 사주기 운동'이라는 색다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7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SK주식 현장판매 행사를 열어 모두 1억9천여만 원 상당의 주식을 시민들이 매입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생활가전 라인을 이전한 것을 기념, 10월30일을 `삼성의 날'로 선포했다. 또, 이를 기념해 광주 금남로 광장에서 삼성축제를 열어 삼성의 광주 입성을 대대적으로 환영했으며, 흑선 4거리~하남산업단지~호남고속도로 진입로 4.7km구간을 `삼성로'라 이름 붙였다. 이밖에 `기아의 날'도 제정, `기아로'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경기도와 수원에서 지켜보는 향토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지는 위에서 거명한 곳과는 다분히 대조적이다.

경기도와 수원시에서는 삼성전자가 도내의 케시카우로 통한다. 허허벌판의 매탄벌 수원을 최대의 지방자치단체로 키운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수원 세수의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삼성이 빠진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은 과연 삼성이 어느 지역의 기업인지, 어느나라의 기업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단 삼성 뿐 아니라 도내에서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신이 난 곳은 삼성과 경쟁사에 있는 해외 언론과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기도의 시민단체나 또, 경기도와 수원시가 과연 향토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정석기 사무차장 인터뷰〉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정석기 사무차장은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국가총생산의 17%, 수출의 18%를 점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신화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정 차장은 “삼성은 수원시 전체 경제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세수는 절반이 넘는 무려 60% 수준이며, 고용창출 역시 지역사회에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차장은 “그러나 왠지 요즘 우리사회는 `삼성때리기'에 혈안인 것 같으며, 위대한 영웅도, 존경받는 기업도 찾기 어려운 나라”라고 전제, “일류대를 없애고, 특정 기업을 두들겨 패고, 특정지역 주민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아세운다는 식으론 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처럼 시스템이 아닌 인적망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면 기업이 최고의 인재POOL인 관료를 활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정 차장은 “만일 이들이 법적인 혐의가 있다면 사법절차에 따라 그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보며 전직을 문제삼는 것은 편향적인 시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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