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토의 주변을 거대한 그물, 혹은 방패로 둘러싸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무사하게 지키겠다는, 미국으로서는 꿈과 같은 방위 구상이 현실화되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군부에 대해 탄도미사일 공격에서 미국을 방어하는 이른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배치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어느나라가 완벽한 국토방어망을 갖춘다고 한다면 축하하고 부러워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이 계획이 냉전 시대와 같은 결사적 군비경쟁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점, 또 미국이 우방국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관련된 입장을 정함에 있어 이것이 동북아의 군사적 대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또 우리가 이 계획에 참여할 경우,중국 등 미국의 가상적과의 관계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모두의 안전이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는 미국의 안전만을 보장할 뿐, 상대방의 방어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다는 비평화적인 성격을 갖고있다. 미국의 잠재적 적국들이 갖는 우려는, 미국이 일단 완벽한 방어망을 갖출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우려에서 해방돼 선제적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적국들은 이처럼 취약한 처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할 것이며 이는 좀 더 좋은 창과 방패 개발을 위한 어리석은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면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 부담에서 허덕이다가 결국 연방 해체라는 비극을 맞은 일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내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미사일방어망의 기술적 문제, 또 방어망 구축을 위한 투자의 타당성 문제 등으로 집중된다. 기술상으로 완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불완전한 계획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모든 국내외적인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강행함으로써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미사일방어망계획이 갖는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해 무엇이 진정으로 미국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배치 결정이 북한에 대한 억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 미국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진짜 목표는 중국 포위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과민반응한다면 오히려 미국측의 명분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방어망 구축이 미국과 중국 관계, 그리고 북-미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우리 정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정하거나 이에 대한참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극도의 신중함과 치밀함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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