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이거 봐, 여기 모기 2만 마리 있어.” 김상진 감독의 새 영화 `광복절특사'의 촬영현장이 지난달 29일 밤 공개됐다. 촬영장소는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세워진 교도소 세트. 좀 `덜 떨어져' 보이는 두 죄수 무석(차승원)과 재필(설경구)이 비 내리는 밤 탈옥에 성공하며 기뻐하는 장면이 이날 촬영분이다.
 
둘 중 “2만 마리의 모기를 봤다”며 특유의 과장으로 너스레를 떠는 사람은 역시 차승원. 주황색 수의 차림의 두 사람은 얼굴에 범벅이 된 진흙 때문에 누가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리얼한' 모습이다.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눈 흰자위와 차승원의 감추기 어려운 진한 눈썹 뿐.
 
김상진 감독의 `쌈마이 코미디' 삼부작 중 완결편이 될 `광복절특사'는 탈옥에 성공한 두 모범수가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들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려고 고군분투한다는 기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곳 교도소 세트는 전주영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전주공고의 한쪽 편을 빌려 제작됐다. 전체 제작비 32억원 중 이곳 세트에 투자된 비용만 8억원.
 
거액의 제작비와 두 달여의 제작기간을 들여 세트를 만든 이유는 교도소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도소 밖의 모습과 교도소 건물 내 복도 등 이 세트에서 촬영된 부분은 전체의 절반 가량.
 
빨간 벽돌 건물 두 동은 교도소 중 가장 미관이 괜찮다는 서대문형무소(서울구치소로 쓰이다가 지금은 서대문독립공원으로 꾸며졌다)의 건물 모양을 본떴다. 5m가량 되는 교도소 외벽은 망루에 스피커, 고압선까지 그럴싸한 모습. 교도소 다운 꽃밭의 가지런함까지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자, 마지막으로 담배 한대 피우고 슛 들어갑니다.” 밤 촬영의 첫번째 쇼트는 땅굴을 파던 두 사람이 교도소 밖의 벌판으로 얼굴을 내미는 장면. 크레인 위의 카메라가 멀리 있는 교도소 외벽을 비추면 망루 위의 감시등이 교도소 밖을 한번 훑고 지나가고 이어서 무석과 재필이 차례로 땅 속에서 나온 다음 천둥이 치고 둘이 한바탕 기뻐하는 것까지 다소 긴 쇼트다. 게다가 억수 같이 비가 내리는 장면도 들어 있어 비옷과 장화로 무장한 스태프들은 10번 가까이 리허설을 반복했다.
 
“카메라 너무 느리게 내려온다”, “물 압력이 너무 약한데…”, “번개 방향 틀어라”, “승원이형 한번에 나와야 돼, 소리 지르는 것도 잊지 말고” 긴 촬영 시간과 땀, 비, 모기 등 악조건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잃지 않은 것은 코미디 감독 김상진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서로 아껴주는 마음 덕분. 밑에서 크레인을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촬영부 막내'를 향해 크레인 위의 촬영기사가 “우리 막내 뭐가 제일 먹고 싶다고 그랬지?”라며 웃음을 던지는 식이다.
 
“자, 한방에 가야 돼” 전 스태프들이 긴장하고 취재기자들마저 숨을 죽인 순간촬영이 시작됐다. 크레인의 속도, 뒤편의 감시등, 천둥까지 모든 것이 제대로 진행됐지만 결국 `한방에' 가는 것에는 실패. 차승원이 땅 위로 헤쳐나오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렸기 때문이다.
 
두 배우와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과 함께 모니터를 한 김 감독이 웃는 얼굴로 웃기지 않은 말을 외쳐야 했다. “땅굴 다시 만들어!” 간만에 무더위가 다시 찾아온 이날 밤 시간은 새벽 두 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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