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생들에게 한글날이 언제인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과반수가 한글날과는 다른 일자를 말하거나 몰랐다는 심각성을 걱정하는 기사가 보도됐다. 주변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정도를 지나친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사이버 언어의 왜곡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서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맞춤법이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주변의 간판은 모두 영어를 사용하거나 국적불명의 언어로 도배되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맹률 제로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우리 글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듯해 얼굴이 달아오른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표음문자인 한글과 영어 중에서 유수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더 극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영어보다 간편하고 단순하면서도 모든 표현이 가능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더 이상 발달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한다. 또한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문양의 글자 형상이 가능해 아름다운 형상이 가능하고 자음과 모음의 조합은 간결하게 원하는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휴대전화의 경우 한글에 의한 문자 메시지의 조합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짧은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영어는 문장 형성에 있어서 전달 효율이 떨어져서 문자 메시지 등 다양한 이용이 우리 한글보다 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도 문자 메시지 등의 이용이 다른 용도에 비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환경 요인에 따라 세계 최고 성능의 휴대전화의 시험장으로 국내를 인정하고 있고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글의 용도는 둘째치고라도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한글의 왜곡은 심각하다. 우리 한글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용어가 있음에도 괜히 영어 등 외국어로 구사하거나 심지어는 콩글리쉬 형태의 국적 불명의 용어를 사용하거나 일제의 잔재 형태의 용어도 상당수 남아있다. 법적인 용어도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거나 건축, 토목 계열도 왜곡은 마찬가지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원어도 아니고 이상한 형태의 용어가 버젓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내가 종사하는 자동차의 경우도 심각하다. 자동차는 영어권에서 시작한 시스템이어서 어느 정도는 영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일본어식 잔재가 너무도 많이 있다. `배터리' 또는 `축전지'가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아직 `밧데리'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배터리'는 영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인 `축전지'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동차 용어나 정비 등에 사용되는 잘못된 용어는 200여 군데가 넘는다. 중고차 분야도 그렇고 이륜차 분야도 많다. 2~3년 전부터 이러한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고자 여러 단체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흡한 듯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왜곡된 용어, 바로잡기' 운동을 펼쳐야만 한다.
 
최근 동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바람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고 이와 함께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서 우리 한글의 우수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한글'을 무시하고 외국어가 멋있는 양 왜곡화해 사용하고 있어서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다. 매년 10월9일에만 기념식만 하고 기억 못하는 한글날이 아닌 일년 내내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한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에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데 인기 작전이 아닌 진정으로 한글을 아낀다는 취지이기를 바란다.
 
연중 휴일수가 문제면 다른 국경일과 비교해 가중치를 따져도 1순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정부는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지속적인 예산 편성 및 지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동포들의 한글 사용을 지원해야 한다. 영어가 세계 표준어가 된 것은 언어 자체의 우수성과 쇄신 노력 그리고 영어권 국가의 부와 힘이 큰 역할을 한 만큼 우리도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늦어도 다음 세기에는 우리 한글이 `세계 표준어'로 세계 방방곡곡에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만큼 우리 한글은 영어보다 우수한 특성을 더 많이 보유한 세계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지금같이 영어를 배우려고 기를 쓰는 현상이 우리 한글에도 나타나 `국어'가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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